내용요약 패러다임 전환 시기 적자생존은 누가?
/빗썸
/빗썸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최근의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탈중앙화금융(DeFi)에 대한 규제 가능성은 더욱더 높아졌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탈중앙화금융의 문제는 안정성과 소비자보호는 물론, 과세와 관련한 부분까지 영향을 미쳐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지금까지 규제영역 밖에 있었던 데다, 독특한 성격상 문제로 전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시총 50조원, 8위의 가상자산 가치가 약 72시간 만에 99% 이상 꺼진 점은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좌시하지 않을 거란 예상은 지배적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테라(UST)는 그 가치를 미 달러화와 고정(페깅)시켜 놓은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테라 외에도 테더(USDT)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기존의 스테이블코인은 가치를 고정시키기 위해 달러나 채권 등의 실물자산 담보를 갖고 있다.

하지만 테라는 테라 폼랩스가 운영하는 루나를 담보로 활용했다. 이른바 앵커 프로토콜이란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초기 루나는 투자자에게 20%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홍보에 혹해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했다. 앞서 언급처럼 천문학적 가치로 상승한 것이다.

아직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이미 기존의 스테이블코인도 가치가 흔들린(디페깅) 사례가 종종 벌어지곤 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원조 격인 테더 역시 디페깅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탈중앙화금융(DeFi) 진영에 대한 조직적인 반격으로 짐작하고 있다. 대규모 기관투자자가 의도적으로 숏 포지션을 취하며 상품 가격을 급락시켜 이익을 취하는 행태는 투자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는 일이다.

사실 ‘탈중앙화’를 견제하려고 드는 세력은 기성 금융권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와 시험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뿐 아니라 기성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잇따라 자체 브랜드 가상자산을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테라-루나는 권도형 CEO가 누차 공언했던 것과 달리, 여기에 대응할 장치가 불충분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일종의 준비금(담보) 형식으로 권 씨가 보유했던 비트코인의 종적이 불분하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루나 코인만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

이번 사태로 투자자와 운영자 상호가, 테라와 루나처럼 서로 보완하며 가치의 중력권을 만들려던 시도는 ‘일단’ 무산됐다. 아직 미래의 모습을 예단하긴 이르지만, 당분간 테라-루나 사태가 초래한 교훈은 널리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 김현태 연구위원은 지난 4월 ‘탈중앙화금융 관련 자금세탁 예방을 위한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활한 금융거래를 위해서는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뢰 구축이 필요한데, 기존 금융시스템 하에서는 금융기관이라는 중간자를 두어 신뢰의 문제를 해결한다”며 “다만 탈중앙화금융은 모호한 법적 관할권 및 명시적 운영 주체의 부재, 스마트계약 오류 가능성 등 다양한 법적, 기술적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세 조종 행위나 해킹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나 기타 불법 자금거래로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책임이 있는 주체를 식별하기 어렵고 따라서 신속한 대응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스마트계약 자체에 코딩 에러가 있을 때에도 이를 서비스 개시 이전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탈중앙화’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 일부를 차용한 가상자산이 향후 주류가 될 거란 예상도 나온다.

반면 투자시장의 큰 손인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3월, 미국의 손해보험사인 앨러게니를 약 116억달러에 인수했다. 이 인수는 코로나19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몇년간 우량주 투자 외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더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미 이전에도 가이코, 제너럴 리 등 보험사에 투자해 왔다.

워렌 버핏은 그동안 주주서한에서 수 차례 보험사 책임준비금 개념의 '플로트'를 이용한 투자가 버크셔 성장의 핵심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플로트는 보험료를 지불하는 시점과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점 사이에 보험회사가 일시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돈을 말한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모든 보험사들은 이처럼 미래 발생 지급보험금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보험사가 수익성을 유지하는 있다는 말은 안정적인 ‘플로트’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험사가 이 같은 준비금을 채권 투자 등에 운용하는 것처럼, 버크셔 해서웨이 입장에선 플로트를 활용한 투자가 이자를 내야 하는 대출금과 달리 자금조달비용이 들지 않기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처럼 금리 인상 시기엔 플로트를 활용한 투자는 더욱 그렇다.

이처럼 지금 새로운 금융과 전통의 금융이 상반된 모습은  금융소비자와 종사자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패러다임 전환 시기 환경에 적응한 생존자는 누가 될지, 이종(異種)의 양립은 불가능한 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종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