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07년 708만→작년 1374만…연령 표준화 유병률 4.8%p 올라
적정투약 관리환자 60.4%로 9년간 정체…합병증 발생률 2.79%
코로나 유행으로 운동 부족·비만 증가…만성 질환 늘어날 우려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선임기자] 인구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로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가 지난 14년간 1.9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혈압 진단 후 관리를 위해 약을 처방 받고 적정하게 복용하는 비율은 10명 중 6명꼴이었다.

‘세계 고혈압의 날(5월17일)’을 앞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 해 고혈압 환자의 수는 2007년 708만명에서 2021년 1374만명으로, 14년 사이 1.94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20세 이상 인구 4433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30.9%가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에 따르면 ‘고혈압’은 동맥 혈압이 정상보다 높아진 상태로, 국내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인 상태를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이와 관련 대한고혈압학회는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일부 변경한 개정안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은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뚜렷이 높고 치료를 시행해 혈압을 낮춤으로써 심혈관질환의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입증된 혈압으로 정의된다.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다만 학회 측은 “고혈압 전단계 상태는 혈압을 낮추는 약물 치료를 시행해도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입증된 바 없어, 우리나라의 고혈압의 진단 기준으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정상 혈압은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이다. 주의혈압은 수축기 120~129mmHg, 이완기 80mmHg 미만이고 고혈압 전단계는 수축기 130~139mmHg, 이완기 80~89mmHg이다. 또한 고혈압 1기는 수축기 140~159mmHg, 이완기 90~99mmHg, 2기는 수축기 160mmHg 이상, 이완기 100mmHg 이상이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의 고혈압 유병환자는 2007년 708만 명에서 2021년 1374만 명으로 14년 동안 667만 명이 증가했다. 또한 2018년부터 전체 환자 중 남성 고혈압 환자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남성 고혈압 환자는 324만 명에서 703만 명, 여성 고혈압 환자는 384만 명에서 627만 명으로 늘었다. 또한 지난해 기준 남성 고혈압 환자는 51.1%, 여성은 48.9%였다.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대한고혈압학회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대한고혈압학회

지난 14년간 인구구조 노령화에 따른 자연증가율 보정을 위해 산출한 고혈압 환자의 연령 표준화 유병률은 2007년 22.9%에서 2021년 27.7%로, 14년 동안 4.8%포인트 늘었다. 고혈압 환자의 연령 표준화 유병률 증가에서도 남성이 여성의 2배 이상 높았다.

분석에 의하면 남성 연령 표준화 유병률은 2007년 21.2%에서 지난해 28.6%로 14년 간 7.4%포인트 늘어난 반면 여성의 경우 2007년 24.4%에서 지난해 26.7%로 증가율은 2.3%포인트였다.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지만 실제 진단 후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지 않는 인원도 많았다. 고혈압 환자의 의료이용을 살핀 결과, 지난해 기준 전체 고혈압 환자의 80.6%인 1107만1707명은 고혈압 진료 후 약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만4637명은 고혈압 진료 기록은 있지만 약제를 처방받지 않았다. 특히 전체 환자의 14.8%인 203만8436명은 지난해 고혈압 진료기록과 약제처방 기록이 모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속적인 투약으로 고혈압을 관리하고 있는 환자는 이보다 저조했다. 연간 80%에 해당하는 290일 이상 고혈압 약제를 처방 받은 환자는 2007년 54.7%에서 2013년 59%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다소 감소하는 등 9년간 정체 상태다. 적정 투약 관리율은 지난해 기준 60.4%로 파악됐다.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대한고혈압학회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대한고혈압학회

성별로 구분하면, 여성(61.3%)의 적정투약 관리율이 남성(59.4%)보다 약간 더 높았다. 지역별로는 도시 지역(대도시 60%·중소도시 60.6%)에 비해 농어촌 지역 거주자의 비율(61.8%)이 조금 더 높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소득분위별로 살펴본 결과, 작년 기준 남성 지역가입자는 소득 분위가 낮을수록 적정투약 관리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5분위 57.2% - 4분위 56.6% - 3분위 56.1% - 2분위 55.6% - 1분위 54.8% 등이다. 다만, 여성 가입자는 소득 분위에 따른 차이가 적었다.

고혈압은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 잦은 만성질환이기도 하다. 주요 합병증은 고혈압으로 최초 진단을 받은 이후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심부전 △만성신장질환이 발생한 경우를 이른다.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대한고혈압학회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대한고혈압학회

지난해 고혈압의 주요 합병증 신규 발생자는 총 38만1464명으로 집계됐다. 질환별로는 관상동맥질환(20만9692명)이 가장 많았고, 뇌혈관질환 17만8993명, 심부전 13만9369명, 만성신장질환 8만8887명이다.

지역 특성으로 나눠보면 △대도시 21만5587명 △중소도시 11만9176명 △농어촌 4만6701명으로 파악됐다.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농어촌(2.89%) - 대도시(2.80%) - 중소도시(2.73%) 순으로 나타나 대도시보다 농어촌이 약간 높았다.

관상동맥질환과 뇌혈관질환, 심부전 발생률은 농어촌 지역이 가장 높았지만 만성신장질환은 대도시가 최다였다.

고혈압 합병증은 소득 수준에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연간 3.28%로 가장 발생비율이 높았고, 지역가입자의 경우 1분위 3% - 2분위 2.95% - 3분위 2.86% - 4분위 2.87% - 5분위 2.79% 등 소득이 낮을수록 발생률이 올라갔다.

직장가입자는 1분위 2.68% - 2분위 2.62% - 3분위 2.64% - 4분위 2.72% - 5분위 2.80% 등 비슷한 수준이었다.

관상동맥질환과 만성신장질환은 전반적으로 직장가입자보다 지역가입자의 합병증 발생률이 높았지만,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모두 각각 소득수준 간 차이나 일정한 경향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대한고혈압학회 정책이사인 서울대의대 김광일 교수(분당서울대병원)는 “우리나라는 생활습관 변화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고혈압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고혈압 환자들의 전반적인 치료 수준은 많이 향상됐지만,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 등 고혈압 관리의 취약계층이 존재하고 젊은 연령층에서도 고혈압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운동부족과 비만인구가 늘어서 고혈압 등 만성질환도 증가할 우려가 있어 더 적극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 △음식을 골고루 싱겁게 먹기 △적정 체중 유지하기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담배는 끊고 술을 삼가기 △지방질은 줄이고 야채를 많이 섭취하기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 유지하기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 진찰 받기 등 7가지 생활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 다제 약물 관리사업 등을 통해 건강위험요인 관리와 올바른 약물이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고혈압 만성질환자 및 전 국민의 평생 건강관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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