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력·잠재력에 가성비까지 고려
인간적인 매력도 플러스 요인
조아연이 KLPGA 투어 대회 우승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조아연이 KLPGA 투어 대회 우승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 중에선 가끔 선글라스를 벗어 모자 앞면에 걸치는 경우가 있다. 선수 후원을 하는 타이틀 스폰서 입장에선 애가 탈 노릇이다. 타이틀 스폰서의 로고와 기업명은 일반적으로 모자 앞면에 배치되는데, 선수가 선글라스를 걸치면 노출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프로 골퍼를 후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골프 매니지먼트사, 골프웨어 등 후원 사정을 잘 아는 전·현직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후원 이유론 실력과 잠재력, 인간적인 매력(인성), 동일한 목표(방향성) 등이 꼽힌다.

◆ 실력·잠재력에 가성비까지 고려

분명 메인은 ‘실력’과 ‘잠재력’이다. 다만 ‘실력’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실력과 후원이 꼭 정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약 10년 전 골프 매니지먼트사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본지에 “당시 천하의 박인비(34)도 3년간 메인 스폰서가 붙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보통 크고 작은 후원이 쉽게 붙는 선수들은 중상급의 실력을 갖추고 잠재력이 큰 어린 선수들이다”라고 전했다.

후원 기업 입장에선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마케팅 예산으로 최대한의 홍보 효과를 내려면 기업은 향후 우승이나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선수 중 아직 고평가 되지 않은 선수를 찾아야 한다.

지애드스포츠와 손잡은 아마추어 황유민. /지애드스포츠 제공
지애드스포츠와 손잡은 아마추어 황유민. /지애드스포츠 제공

매니지먼트사 지애드스포츠의 최근 광폭 행보는 눈에 띈다. 지애드스포츠는 김효주(27), 박민지(24), 박상현(39), 최나연(35), 이보미(34), 배선우(28), 이소미(23) 등 국내외 투어 주요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지애드스포츠는 8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조아연(22)이 통산 3승째를 수확하자 바로 다음 날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지애드스포츠는 “조아연의 올 시즌 추가 우승 및 기량 향상을 위해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인 시절이던 2019년 2승을 올린 후 이번에 다시 우승을 쏘아 올린 조아연에게서 향후 활약 가능성을 본 것이다.

지애드스포츠는 15일 막 내린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박민지와 우승 다툼을 벌이다 공동 준우승을 차지한 아마추어 황유민(19)과도 손을 잡았다. 지애드스포츠 관계자는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선수다. 프로 무대에서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까스텔바작이 영입한 임진영. /까스텔바작 제공
까스텔바작이 영입한 임진영. /까스텔바작 제공

◆ 인간적인 매력도 플러스 요인

의류 등 서브 후원을 하다가 선수 매니지먼트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까스은 보다 공격적인 후원을 위해 아예 선수를 영입했다. 까스텔바작의 매니지먼트를 받게 될 1호 선수는 신인 임진영(19)이다.

까스텔바작은 선수 육성을 통한 골프 산업 기여라는 새로운 목표를 잡았다. 최광호 까스텔바작 스포츠마케팅 사업부장은 17일 “골프 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매니지먼트 역할을 자처하게 됐다”며 “파트너십에 기반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수가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임진영은 까스텔바작 의류 후원뿐만 아니라 스폰서 매칭 관리, 미디어 홍보, 일정 관리, 이미지메이킹, 은퇴 후 플랜 등 전방위적인 지원과 관리를 받게 된다.

미즈노골프 어패럴은 올해 프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퍼포먼스 골프웨어로서의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고 마케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대표적인 후원 선수는 안신애(32)와 맹동섭(35)이다. 최근 만난 미즈노골프 어패럴 관계자는 “두 선수의 이미지와 퍼포먼스가 자사 브랜드 방향성에 적합해 후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안신애와 맹동섭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각각 3승씩을 거뒀다. 특히 안신애는 투어 신인왕(2009년)과 메이저 우승(2015년 이수그룹 챔피언십) 경력도 있다.

미즈노골프 어패럴 후원 선수인 안신애(왼쪽). /미즈노골프 어패럴 제공
미즈노골프 어패럴 후원 선수인 안신애(왼쪽). /미즈노골프 어패럴 제공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트렌드를 짚었다. 그는 “현재 KLPGA 투어에서라면 박현경, 임희정, 조아연 같은 2000년생 주요 선수들이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춘 선수들로 주목을 받는다. 후원사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모두 갖췄다. 정상급 실력을 갖췄지만, 어리기 때문에 더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인성까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게 갖춰졌다면 최종 관문은 인성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거나 잠재력이 있어도 자주 연락하고 일하는 관계에서 불편한 언행과 좋지 않은 평판을 가진 선수라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털어놨다. 기업과 선수의 만남은 표면적으론 후원이라는 비즈니스로 엮여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팀워크’, ‘가족’, ‘정’ 같은 끈끈한 유대감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결국 후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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