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로 올해만 6개 기업 상장 철회
케이뱅크 "IPO는 2023년 목표…주관사와 실사중"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대내외 금융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케이뱅크의 연내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통화 정책 등으로 증시 전반이 크게 침체됐기 때문이다.
이에 상장을 철회하는 곳이 늘고 있는 가운데 케이뱅크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은행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며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023년을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월 케이뱅크는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한 것을 시작으로, 2월에는 NH투자증권·씨티증권·JP모건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현재는 상장 주관사와 IPO를 위한 내부 실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20년 7월 케이뱅크는 대주주 이슈와 자본확충 문제를 해결하며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 ‘2022년 연내 흑자전환·2023년 IPO 달성’이란 목표를 세웠다. 이후 △KT그룹사 및 주주사와 시너지 △여·수신 포트폴리오 다변화 △업비트 제휴 효과 등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하는 등 뚜렷한 외형성장을 이뤘다.
케이뱅크는 연내 흑자전환 목표를 1년 앞당겼으며 지난해에는 코스피 호황과 실적호조가 맞물리며 올해가 상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3월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IPO 준비기업은 케이뱅크로,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준비할 것으로 예상하며 상당한 가치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는 최근 기류가 크게 바뀌며 시기가 달리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과 함께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 기조가 증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코스피 지수는 2550.08로 장을 마감했으며 이는 지난 2020년 11월 19일(2547.42) 이후 약 1년 반 만에 최저치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양적 긴축 발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국내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서 IPO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더욱이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 철회를 결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2월에는 대명에너지, 3월 보로노이에 이어 최근에는 SK쉴더스·원스토어·태림페이퍼 등이 연이어 상장을 포기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시장 분위기를 미루어볼때 뚜렷한 거시 경제 개선이 없는 한 공모 시장에서 지난해와 같은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밸류에이션을 낮추든가 비상장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최근 코스피 시장이 좋지 않은데 무리하게 상장 시기를 앞당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IPO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면서 전략적으로 움직일 것이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현재 시장 상황과 별개로 IPO의 목표 시점을 2023년에 맞춰 준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 시점에 대해 내부 목표는 2023년이다”며 “현재는 주관사를 선정하고, 실사를 하고 있는 정도로 준비단계 수준이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올해는 은행업 본연의 업무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대내외 금융환경을 고려해 탄력적인 IPO가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내 흑자전환에 성공한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에 245억원의 잠정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연간 이익규모(225억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717만명이었던 고객수는 1분기 말 750만명으로 33만명이 늘었다. 또한 지난해 말 7조 900억원이었던 여신은 1분기에 7조 8100억원으로, 11조 3200억원이었던 수신은 11조 5400억원으로 약 7200억원과 2200억원이 증가했다.
더불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 중 하나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역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중·저신용자 및 씬파일러 특화 신용평가모형(CSS)을 도입한 결과로,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의 16.6%에서 올 1분기 말에는 20.2%로 급증했으며 4월 말에는 21.7%로 높아졌다.
아울러 최근에는 신용보증재단과 손잡고 개인사업자를 위한 100% 비대면 ‘사장님 대출’을 출시하며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시장에 진출하며 여신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올해는 은행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 유입 및 활동성 강화를 통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균형 성장'을 추진하겠다”며 “디지털금융플랫폼 도약에 더욱 속도를 내는 한편, 성공적인 IPO를 위한 준비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