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에너지 협력체계, 우호국 중심으로 형성...비우호국에는 배타적 형태로 재편
에너지·환경문제는 가치통합적 정책 어젠다로 자리매김해야
文정부와 尹정부의 원전 정책은 ‘감원전-증원전’ 차이...“극복가능”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에너지경제연구원 제공.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에너지경제연구원 제공.

[한스경제=양세훈 기자] “글로벌 전통에너지 수급이 당분간 타이트한 상황이 지속되고, 향후 경기 변동이나 이상기후 발생 등 작은 외부 충격에도 취약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한스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세계 에너지시장을 이 같이 내다봤다. 국제 에너지 문제가 안보 논리로 변화되고 있어서다. 결국 우호국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협력체계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에너지공급망은 파편화되고 비우호국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임 원장의 시각이다. 

에너지·환경 문제가 정치·사회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질문에 임 원장은 “에너지·환경 문제는 진영논리를 떠나 가치통합적인 정책 어젠다로 자리매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에너지·환경 문제가 사회갈등을 넘어 이젠 국제 주류의 정치이슈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서 보듯이 에너지가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임 원장은 ‘원자력발전’과 관련해 이전 文정부와 현 尹정부를 향해 실질적으로 ‘감원전-증원전’ 정도의 차이라고 언급했다. 때문에 이런 차이는 정치적으로 충분히 타협할 수 있고 여야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원장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관련 사회적 갈등은 탄소중립위원회와 같은 정치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이슈를 공론화하고 시민사회의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며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찾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 정부 들어서도 탄소중립은 중요한 정책사항이다. 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탄소중립의 핵심은 발전부문 탈탄소화와 산업, 수송, 건물부문 등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수요를 감소하고 이를 전기화·수소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수송부문 NDC 감축목표는 37.8%로 발전부문 다음으로 높지만 실제 전기·수소차의 보급률은 작년 연말 기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에서 1% 남짓에 불과하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보급 촉진을 위해 충전소 등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와 같은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할 것으로 본다.

또 발전부문의 탈탄소화는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NDC 상향한에서도 2030년 원전의 발전비중은 2018년보다는 소폭 높다. 새 정부는 원전의 기능강화를 천명하였기에 발전부문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원전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청정에너지의 보다 빠른 확산을 위해 다양한 기술과 정책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며 국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NDC 달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소외되는 국민과 기업이 없게 공정한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기업 및 전력시장 민영화가 다시 화두다.
공공재인 공항, 철도, 수도, 의료, 도로 등과 더불어 전력시장의 민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외적으로, 통신부문처럼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시장이 개방돼 있어서 시장에서 자유경쟁이 가능한 경우는 민영화가 가능하겠고 사회적 이익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공성이 강하고 민영화시 독과점이 불가피하며 기술과 시장의 발전 유인도 크기 않은 산업은 민영화가 일부 자본과 권력집단의 특혜와 사유화로 변질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새 정부가 발표한 전력 판매시장 개방은 민영화와 다르다. 현재 발전부문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이미 한전에서 분리·독립돼 현재 민간 발전사들과의 경쟁구조가 안착됐다. 지금 얘기되고 있는 것은 여전히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시장부문이다. 새 정부의 전력시장 개방 계획이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아 어떻게 이행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한전은 여전히 공기업인 형태로 국가 전력의 안정적 수급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나 유연성자원(ESS, DR 등)을 갖춘 에너지 서비스공급자들이 자유롭게 전력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다양한 전력서비스를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전력시장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정부는 독립적 시장 감독·규제기구를 둬 관리해야 한다. 이런 형태는 이미 선진국 대부분이 하고 있는 방식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전력 공급시스템에서 분산형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텐데 새로운 전력생태계에 적합한 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현재 한전만이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독과점적 시장 제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환경 문제가 정치화돼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 해결 방안은.
해외에서도 에너지·환경문제가 정치쟁점화 된 사례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에너지는 국방, 식량, 의료와 마찬가지로 국가 운영의 필수요소이자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및 국제 정치의 주요 관심사다. 과거 중동 전쟁,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확인되듯이 에너지는 지역분쟁의 원인이고 전쟁의 목적이기도 하며 수단이기도 하다. 여기에 탄소중립과 미세먼지 문제를 두고 세계 각국이 적극 동참하면서 주요 정치 어젠다가 됐다. 에너지·환경 문제가 국제 주류 정치이슈가 된 것이다.

새 정부도 지난 정부에서 수립한 NDC목표와 2050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책의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제 탄소중립과 더불어 에너지안보가 중요한 국가 목표가 된 것이다. 이에 에너지전환은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다. 이제 어떤 진영논리가 아니라 가치통합적인 정책 어젠다로 자리매김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원전의 역할이라든지, 재생에너지의 수용성 등 사회적 갈등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평가하자면.
앞서 얘기했듯 원전은 사회적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다. ‘탈원전-친원전(탈탈원전)’이 대표적인데,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탈원전’을 한다는 지난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포함해 4기의 신규원전을 건설했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원전 수출·안전·해체·폐기물처리 산업의 육성에 적극적이었으며 5년간 원자력 연구개발투자가 늘어났다. 영구 정지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이전 정부 기간에 사실상 결정된 것들을 지난 정부가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 원전 수명기간 가동을 보장해서 서서히 원전을 줄여나가 2082년 이후에야 종료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일부 진보진영으로부터 ‘무늬만 탈원전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사실상 ‘감원전’ 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사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의견은. 
새 정부가 원전 대폭 확대를 천명했지만 5년간 신한울 3·4호기 건설정도가 가시권에 들어온다. 그 외 신규 원전 건설은 부지 선정과 환경평가, 송전선 건설,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 정부에서나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10기 원전수출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지난 12년간 3대에 걸쳐 역대 정부가 노력했어도 UAE 원전수출 이후에 추가 수주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을 놓고 보면 쉽지 않은 목표다. 최근 에너지안보가 중시되면서 국제 원전시장 여건이 개선된 것은 호재지만, 영구방폐장 확보와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 등의 도전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기존 원전 수명연장도 새 정부 110대 국정 과제에서도 명확히 한 대로 안전성을 확보한 가운데 경제성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에서 변화된 세계 시장여건에 맞춰서 최대한 원전을 확대하더라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본다.

결국 지난 정부와 새 정부간 원전 정책의 실질적 차이는 ‘감원전-증원전’ 정도이며, 이러한 차이는 정치적으로 충분히 타협할 수 있고 여야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탄소중립시대에 주류 청정에너지가 될 원전과 재생에너지 관련 사회적 갈등은 여야합의로 통과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의해 설치된 탄소중립위원회와 같은 정치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이슈를 공론화하고 시민사회의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이미 우리에게는 방폐장이나 신규 원전건설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사안들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찾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에너지경제연구원 제공.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에너지경제연구원 제공.

-세계적으로도 에너지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배울만한 사례는.
글로벌 에너지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 중 모범적인 국가 중 하나는 독일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수송부문에서의 에너지전환정책을 가장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44.5%인데 2030년까지 80%로 끌어올리며 모든 석탄발전을 중단할 계획이다. 또한, 203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중단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EU차원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행시기로 정한 2035년보다도 이른 시기다.

중국의 에너지전환 움직임도 주목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력 수요처이기도 한데, 이미 2020년에 태양광·풍력·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8.4% 달성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2025년까지 200GW, 2026~2030년 255GW를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수송부문에 있어서 세계 전기차 보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2023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정도로 전기차 보급이 이미 성숙단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전기차 충전기, 배터리 교환소 등 전기차 인프라 확충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점은 향후 국내 전기차 판매보조금 폐지 이후의 그린모빌리티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 설정에 참고 사항이다.

중국은 또 ‘신에너지저장장치개발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안정적 계통운영을 위한 국가주도의 체계적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해 발전설비와 송배전 인프라 확충에 대한 논의에 머무르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가주도의 에너지 저장기술 및 인프라의 개발·구축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전통에너지인 석탄발전과 원전의 경직성을 완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에너지저장장치의 확보는 향후 계통 안정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러시아 우크라 침공 등 세계적으로 에너지 정세가 바뀌고 있다. 향후 세계 에너지시장 전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에너지시장의 불확실성을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90년대 냉전의 종식과 함께 세계화가 진행되는 동안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형성의 기준이 되었던 경제논리가 이제는 안보논리로 변화되고 있다. 향후에는 우호국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협력체계가 형성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파편화되고 비우호국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형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공급망 교란의 주기는 더욱 잦아지고 불확실성의 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데 있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에너지소비대국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더욱 가속화해 에너지안보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이행기에도 세계경제는 상당기간 전통에너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시장 교란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10~20년을 바라보는 전통에너지에 대한 신규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전통에너지의 수급은 당분간 타이트한 상황에 놓여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경기변동이나 이상기후의 발생 등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매우 취약해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안보와 에너지 자립의 궁극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에너지저장 수단과 연계한 태양광발전은 경제성과 분산성이 가장 유망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되고 있어 태양광 확대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도 에너지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전통에너지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국제 에너지 시장의 교란 시에도 국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으로 내실을 다져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에경연의 역할과 목표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설립되던 당시에는 화석에너지를 어떻게 해외로부터 확보해 국내경제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가에 대한 정책 제시가 우리 연구진의 화두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화석에너지를 줄여나가면서 우리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가가 우리의 주요 연구 과제가 됐다. 특히 최근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교란이 심화되며 에너지 정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에경연의 역할과 책무도 더욱 커졌다.

연구원은 급변하는 국내외 에너지시장 환경에서 원활한 에너지전환을 뒷받침하고, 이행과정에서 요구되는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위한 정책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가장 상위 계획인 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 등 굵직한 에너지정책 수립이 예정돼 있다. 이미 연구원의 많은 연구진이 각 분야에서 깊이 연계돼 온실가스감축과 에너지안보강화 어젠다에 부합하는 에너지정책 대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 에너지원별로 국내외 산업과 시장 제도 등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국내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전의 역할 확대를 위해서도 정책지원을 충실히 할 것이다. 원전산업의 전통적인 4대 주요 이슈인 안전, 해체, 방폐물처리, 수출확대를 중심으로 원전활용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정책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필요한 연구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약력>
△59세 △금오공대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전자공학 석·박사 △기술고시(20회)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1995~2003)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2003~2007)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전문교수(2007~2009)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부교수(2009~2016) △제4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2018∼2021) △국제전기전자학회 석학회원(IEEE Fellow)(2020∼) △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원 교수(휴) △2050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혁신분과위원장(현) △제13대 에너지경제연구원장(현)

양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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