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ESG는 개념적 모호성을 띤 CSR과 달리 객관적으로 진단이 가능한 구체화된 지표다. 기본적인 원형이 Triple Bottom Line이다. TBL은 ‘그린스완’의 저자로 잘 알려진 ‘존 엘킹턴’이 1994년에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르네 파세’가 주창한 지속가능성 이론을 계승해 경제적 성과, 환경적 성과, 사회적 성과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3가지 요소로 꼽았다. 

지속가능성, 지속가능발전, 지속가능경영 등의 진화과정을 거치며 개별적 가치였던 환경, 사회, 경제가 통합되어 지구적·인류적인 보편적 가치인 ESG로 탄생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ESG란 용어가 공론화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2003년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UNEF FI)에서 처음 등장해, 2004년 당시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ESG 경영 도입을 주창했다. 

이어 2005년 유엔글로벌 콤펙트(UNGC)에서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설립을 결 의 하고, 2006년에는 글로벌 주요 투자회사 등이 참여하는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을 결성하면서, ESG가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공식적인 용어로 등장하게 됐다.

ESG 확산의 변곡점(Threshold)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다. 당시 고성장 경제와 세계화를 이끌며 환경오염과 부의 양극화 문제 등을 야기한 신자유주의가 지속가능성의 도전과 충돌하며 대척점에 섰다. 자본주의 사조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변화를 통해 극복해 왔듯이 비판의 대상이 된 신자유주의를 지탱했던 주주자본주의는 퇴조하며, 그 대안으로 이해관계자자본주의가 등장했다. 지속가능경영이 포용적 성장과 자본주의 4.0시대로 불리는 새로운 자본주의와 궤를 같이하는 가운데 ESG 경영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9년 8월에는 그동안 줄곧 주주자본주의를 핵심적 가치로 삼았던 미국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마저 기업의 존재목적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재정의 했다. 이듬해인 2020년 1월 다보스포럼은 이해관계자자본주의를 논의주제로 해 자본주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이해관계자자본주의 도입을 정책공약으로 내세웠던 ‘조 바이든 정부’의 출범으로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리셋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또한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 사태가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ESG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우는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20년 투자처에 보낸 연례서신에서 기후위기가 투자위기라는 경고를 통해 기업에게 ESG 투자전략에 대응하는 기후변화의 대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글로벌 제품 및 서비스시장과 공급망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ESG경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촉진제가 됐다. 

이런 변화에 맞춰 기업의 대표 기준격인 국제표준화기구(ISO)는 환경경영시스템 표준인 ISO14000, 사회책임 경영을 표준화한 ISO26000, 부패방지경영 시스템으로 ISO37000, 그리고 가장 최근에 정비된 안전보건 경영기준인 ISO45001을 만들어 기업의 사회적 가치실현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ESG는 지속가능경영과 CSR, CSV가 시대별 상황에 따라 진화하며 글로벌이니셔티브 와 공시체계 등과 연계되어 규범화 및 제도화된 뉴노멀로 자리매김했다.     

ESG가 사회전반의 강력한 패러다임으로 주목을 받는 데에는 2015년 유엔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를 빼놓을 수 없다. SDGs란 산업화이후 꾸준히 지적되어온 기후변화와 사회적 양극화 문제 등의 해결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국가가 추진해야 할 17개 영역(Goals)의 169개 세부목표(Targets)다. 국제기구, 정부, 지방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 전 인류가 해결해야할 과제이자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의 원천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도 ESG를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매김하게 한 기폭제다. 2015년 197개국이 체결한 파리협정에서 모든 국가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금세기말까지 지구의 평균온도상승을 산업혁명이전대비 섭씨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억제되도록 탄소배출을 줄이기로 서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ESG 경영은 인류가 기후위기와 이해관계자자본주의에 대응하여 사회공동체의 공존을 목적으로 기업을 위시한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참여해야하는 시대정신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3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세계에서 14번째로 법제화하며 ESG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ESG가이드라인’ 및 ‘K-택소노미’ 등을 공표해 ESG 기반확대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지원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변화하는 정책적 방향에 부응해 지방정부도 비단 환경문제뿐 만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해 ESG에 기반 한 행정역량을 강화해 나가야한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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