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비상장기업 데이터 접근성 등 관련 표준화 추진 필요
15일 오후 한국증권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사모펀드 시장 육성과 투자자 보호 방안 정책심포지엄 /자본시장연구원
15일 오후 한국증권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사모펀드 시장 육성과 투자자 보호 방안 정책심포지엄 /자본시장연구원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다되가는 사모펀드 시장은 이제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최근엔 ESG 요소를 내재화한 새로운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rivate Equity) 제도는 2004년 말 도입돼, 매년 평균 20% 이상 운용규모가 커졌다. 2021년 말 기준 규모는 116조 1000억원에 달하며 등록 사모펀드 수는 1060개에 이른다. 또한 사모펀드 운용사는 2007년 35개사에서 2021년에는 394개사로 증가했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이후까지 사모펀드 세계는 대략 10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이는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초창기 사모펀드가 저금리 기조에서 차입매수(LBO) 전략을 주로 구가했다면, 1990년대 중반부터 사모펀드 2.0 시기에는 경제가 호황을 맞으며 투자전략이 확장됐다. 내재가치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 기업을 인수해 수익을 냈던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선 금융시장이 경색되며 차입기회가 제한됐고, 업계가 성숙하며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 때는 사모펀드도 투자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증대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2010년대 이후 ESG에 대한 사회적 화두가 제기되면서 사모펀드는 4.0 시대를 맞았다. 최근 들어 팬데믹 이후 상황이 급변하고 있지만, 대체로 장기 저금리 기조에 유동성은 과잉이었던 시기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이슈가 기업의 경영은 물론, 경제정책에까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이해관계자들에게로 확대됐다. 또한 책임투자의 확산, 4차 산업혁명 등, 기술발전과 관련한 이슈도 고려하게 됐다.

결국 투자과정에 지금까지의 가치창출 전략에다 ESG와 관련된 요인까지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기업이나 조직의 체질전환을 통해 가치창출에 최적인 투자자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박용린 선임연구원은 15일 열린 정책심포지엄에서 “피투자기업 경영에 대한 깊은 관여(deep engagement), 전략적 장기 투자 및 이해관계 일치 구조로 투자대상으로 다양한 지역과 업종을 포괄해 근본적 사회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요소가 사모펀드 시장서 확대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가 2021년 3월 시행되며 공모·사모펀드 운용사의 ESG 투자 관련 공시 의무화가 추진됐다. 또한 UN 책임투자원칙(PRI)이 확산하며 투자결정과 모니터링 활동에서 ESG 위험·기회의 인식, 관리, 보고를 위한 체계적 내부 프로세스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대상은 통상 운용사를 가리키는 GP(General Partner)다.

박용린 선임연구원은 “실질적으로 사모펀드 시장에서 ESG 요소가 내재화되기 위해선 GP부터 내부 조직구조와 문화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SG에 대한 전사적 의지, ESG 위원회 등 전문조직 수립, 종업원 교육, 성과연동 등의 주요사항과 함께, ESG 정책 및 관련 자원 할당, 상세 설계 등의 지속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표면적인 생색내기를 가리키는 ESG ‘워싱’이나 단순 홍보활동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투자 과정에서 ESG 관련 리스크나 기회요인을 가치평가 모형으로 흡수해야 한다. 기존에 시도됐던 방법들이 ESG 관련 위험 요인을 검출(screening)하고 배제하는 방식이었다면, 보다 적극적인 내재화가 요구된다는 의미다. ESG 요소가 기업의 성장과 가치창출에 있어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는, 그런 잠재력을 찾는 과정이다.

상장기업의 경우,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이 같은 시도를 전개할 수 있다. 하지만 비상장기업의 경우는 ESG 관련 데이터 접근성과 비교가능성 확대를 위한 일종의 계량과 표준화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규모의 투자자 보고를 위한 통일된 업권의 표준화도 필요하다. 결국 이 같은 합의는 다시 데이터 수집의 효율성과 비교 가능한 데이터 창출에 이바지하고, 종국엔 목표로 했던 ESG 내재화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한다.

이제 막 이 같은 시도가 시작된 만큼, 이와 관련한 국제기구나 업권 공동의 노력이 필수다. 또한 상당 기간 동안 피드백 과정을 거쳐 이를 다듬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장참여자 전반의 공동 노력은 ESG 투자가 ‘비용’이 아닌 ‘투자’로 자리잡는 풍토를 만들어낼 것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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