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박종민]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의 생애 첫 메이저 국제대회 우승 꿈은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는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개최국 칠레에 무릎을 꿇었다.

칠레는 5일(한국시간) 현지 산티아고의 훌리오 마르티네스 파라다노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대회 결승에서 전후반과 연장전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1로 승리했다. 1916년 코파 아메리카(당시 남미 축구선수권대회) 창설 이래 4차례 준우승에 머물렀던 칠레는 무려 99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우뚝 섰다.

경기 직후 외신은 칠레의 역사적인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고개 숙인 메시에 대해서도 집중 보도했다. 미국 FOX 스포츠는 “역사가 끊임없이 메시를 짓누르고 있다”고 평했다.

메시는 2005년 8월17일 헝가리와 친선 경기를 통해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후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8강 탈락)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8강 탈락), 2014년 브라질월드컵(준우승) 등 유독 우승컵과 인연이 없었다. 대표팀 소속으로 우승을 경험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 유일하다. 기대를 모았던 이번 대회에서 메시가 남미 최강에도 오르지 못하면서 ‘역대 최고의 선수인가’라는 물음에도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게 됐다.

이날 결승전에서 칠레는 치밀한 준비로 전력상 우위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허를 찔렀다. 칠레는 메시와 앙헬 디 마리아(27), 세르히오 아구에로(27),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1), 카를로스 테베즈(31), 곤살로 이과인(27), 마르코스 로호(25) 등 아르헨티나 주축 멤버들의 이름값에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칠레는 슈퍼스타들의 동선을 차단할 비책을 들고 나왔다.

칠레는 스리백은 물론 경우에 따라 포백과 파이브백까지 번갈아 운영했다. 이번 대회 칠레의 전술 운영은 유연함의 극치를 달렸다. 에콰도르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리백을 시도했던 칠레는 볼리비아와 경기에서는 포백을 활용했다.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는 ‘파이브백’ 카드도 곁들였다. 칠레는 스리백과 포백이 먹혀 들지 않을 땐 파이브백으로 메시의 움직임은 물론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을 옥죄었다. 칠레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은 2선에서 특히 움직임이 둔해졌다. 지난 1일 파라과이와 대회 4강전에서 6골을 몰아친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였다.

칠레는 운까지 따랐다. 전반 29분 아르헨티나의 측면 공격수 디 마리아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칠레는 아르투로 비달(28)과 에두아르도 바르가스(25)를 앞세워 아르헨티나의 문전을 위협했고, 아르헨티나는 메시와 이과인이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두 팀은 전후반 90분간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연장 30분 동안에도 승부를 내지 못한 채 기싸움만 벌였다. 결국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아르헨티나는 첫 키커로 나선 메시가 골을 성공시켰지만, 이과인과 에베르 바네야가 연이어 실축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반면 칠레는 3번째 키커까지 모두 골맛을 봤다. 팀 간판 알렉시스 산체스(26)는 4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키며 칠레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날 칠레는 점유율(57-43%)과 슈팅수(18-8), 유효슈팅수(4-2)에서 모두 아르헨티나를 압도했다.

사진=아르헨티나 축구국가대표팀(공식 페이스북 계정).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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