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민간부채 크게 증가...국내 자영업자 대출 상환 부담 커져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9월 종료 예정...연착륙 위해 충당금 더 쌓아야
국내 자영업자 대출 상환 부담이 금리 인상으로 커지는 가운데 오는 9월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도 종료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국내 자영업자 대출 상환 부담이 금리 인상으로 커지는 가운데 오는 9월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도 종료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한결 기자]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하는가 하면 일부 기업들은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등을 고려해 인력 감축까지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말까지 꾸준히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미국과의 금리 역전 현상을 고려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차원에서 진행됐던 금융지원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될 경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에게 잠재 신용손실을 고려해 더 많은 충당금을 쌓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계(1859조 4000억원)와 기업(1609조원)의 빚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와 14.8%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인 219.4%로 민간 부채가 경제 규모의 두 배를 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총 960조 7000억원으로 2019년 말의 684조 9000억원에 비해 40.3%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인 취약차주 자영업자의 대출은 88조 8000억원에 달한다.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로 금융권에 불안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들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3월 8.9로 주의 단계에 들어간 이후 4월 10.4, 5월 13.0으로 세달 연속 상승했다. 

금융불안지수는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본다.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19 발생 초기 국내 금융불안지수는 24.5로 위기 단계까지 치솟았다. 이후 줄어들어 지난해 6월에는 0까지 감소했지만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은은 이러한 증가세에 대해 “최근 금융시장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불안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달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음에 따라, 6월 금융불안지수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차원에서 진행됐던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대출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9월 종료될 예정이란 것이다. 한은은 정부의 이 같은 금융지원 조치가 없었다면 코로나19기간 저소득 자영업들은 무너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출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9월 종료될 경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은은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잠재 신용손실이 현실화해 은행의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은과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에게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한은은 "국내 은행은 잠재 신용손실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며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적립을 확대하는 등 손실흡수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4월 은행들과 ‘대손충당금 미래전망 반영방식 개선 TF'를 발족했다. 최근 해당 TF를 통해 금감원은 금융지주 쪽으로 대손충당금 개선 방향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했으며 향후 은행을 비롯한 카드, 보험사 등 지주사 계열 금융사들은 내용에 맞춰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을 준비를 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예년보다 충당금을 더 쌓고 있다”며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의 연착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연착륙 프로그램을 보유 중이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영업자 차주들도 9월에 금융지원 조치의 종료가 예고된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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