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달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박슬기 기자] 배달앱에서 음식 주문 시 나트륨이나 당을 조절 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가 '건강식생활 실천 인구 증가'를 목표로 내놓은 것인데 이에 대한 배달앱, 자영업자 의견이 분분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4차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건강식생활 실천 인구 증가'를 목표로 하는 이 계획에는 코로나19로 배달음식·도시락 이용이 증가한 데 대한 대책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국민의 나트륨과 당 섭취량을 낮춰 2020년 33.6%에 불과하던 국내 나트륨 적정수준 섭취 인구 비율을 오는 2026년까지 38.6%로 높이고, 적정 수준의 당을 섭취하는 인구 비율 역시 72.3%에서 80%로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르면 2024년 배달앱을 통해 음식 주문 시 나트륨, 당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기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배달전문업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예산과 정책을 협의하며, 필요 시 예산 등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항은 배달앱과 음식점주, 소비자 등의 이해관계가 고려돼야 하는 사항인 만큼 정부와 업계 간의 선(先) 논의가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별도의 논의 없이 기능도입 발표부터 먼저 내놓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을 보여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매뉴얼이 있어 소비자 니즈에 맞추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자신만의 레서피를 가지고 운영하는 음식점주는 소비자에 맞추기 힘들다"며 "그런 경우 CS는 배달플랫폼이 중간에서 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했는데 별도의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매뉴얼을 만드는데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맛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리하고 간편한 배달앱을 선호하는데, 매뉴얼이 생기면 거쳐야 하는 페이지가 많아지면서 불편함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점주들의 입장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한 음식점주는 "맵고 짜고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인데 어떻게 요리사가 그걸 다 맞추냐"라며 "분명 컴플레인 폭주한다. 그냥 각자 집에서 만들어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점주는 "프랜차이즈업소에서 소스를 받아서 쓰는데 덜 맵게, 덜 짜게 해달라면 물 타서 줘야 하는 거냐"며 "레서피대로 하는데 빼라 마라 바쁜데 일일이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있냐. 먹고나서 싱겁네 맛없네 후기가 분명 나올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맛 조절 기능 도입으로 배달앱과 음식점주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는 또 다른 계기가 되지 않을까란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 음식점주는 이를 추진하는 정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기능 도입을 할 수 밖에 없는 배달앱을 비판하고 나섰다. 
 
배달앱 관계자는 "맛 조절 도입으로 프랜차이즈, 개인 음식점주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플랫폼 역시 큰 짐을 짊어지게 된다"라며 "별다른 논의 없이 이런 발표가 나와 아쉬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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