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 스카이펍/사진=FC서울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지난 7월 말 만장일치로 통합 대한축구협회장에 뽑힌 정몽규(54) 회장은 “지금의 축구 경기는 많은 팬들이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선수와 감독이 승패만 가르는 식”이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이 모든 걸 쏟아내고 팬들이 즐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 이런 게 발전하면 앞으로 4년 안에 상당히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언급한 좋은 환경의 핵심은 팬에 있다. 그는 축구를 보는 팬들이 즐거워지는 데서 앞으로 프로축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찾아야 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장을 찾는 관중이 가족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한국스포츠경제가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가 함께 K리그 팬들의 행복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축구장에 주로 같이 가는 사람으로 가족(36.7%)이 친구(36.5%)를 제치고 1순위에 꼽혔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한 관람을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요인들도 여전히 존재했다.

◇가족이 행복한 축구장

축구장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응원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다. 올해 축구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479명 가운데 가장 많은 36.7%가 경기장에 가족과 주로 함께 간다고 밝혔다. 이어 ‘친구’ 36.5%, ‘애인’ 14.6%, '직장동료' 5.4% 등의 순이다.

이는 축구장이 기존의 남성 팬 중심에서 여성과 어린이가 동반된 진정한 의미의 남녀노소가 즐기는 관람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최근 들어 축구장에서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 같이 한 목소리로 응원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축구장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 응원 문화를 위한 개선점

그러나 여전히 행복한 관람 문화를 방해하는 요인들도 있다. 경기장을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479명)를 대상으로 ‘경기장에서 관람할 때 행복을 방해하는 응원 행태’가 무엇인지를 묻자 ‘시야를 가리는 앞 좌석 관중의 큰 움직임(21.7%)’과 ‘과도한 선수 비난 또는 감독의 전술 비판(21.3%)’이 절반 가까이를 형성할 만큼 높게 나타났다. 과도한 음주(15.7%)는 3순위로 과거에 비해 나아지는 추세를 반영했다.

찰나를 놓칠 수 없이 숨 가쁘게 전개되는 축구 경기의 특성상 관중들은 시야 확보의 유무에 민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K리그의 흥행을 이끄는 두 명문구단 FC서울(26.8%)과 전북 현대(25.8%) 팬들이 ‘시야를 가리는 관중’을 많이 꼽았다.

주위에서 들리는 선수ㆍ감독에 대한 지나친 비난 혹은 비판이 축구장 관람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특히 수원FC(36.8%) 팬들이 ‘시야’보다 ‘비난’을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행복한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 4위에 오른 ‘유럽축구 찬양 및 K리그 무시 발언(14.8%)’까지 포함하면 불편한 소음이 관람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축구장만의 개선점은 아니다. 지난 8월 야구행복지수 조사에서도 야구장 관람의 행복을 방해하는 응원 행태로 욕설(42.8%)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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