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핸드볼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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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한국 여자 핸드볼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오성옥(50·SK 슈가글라이더즈) 감독이 이끄는 여자주니어 핸드볼 대표팀(만 20세 이하)은 22일(이하 한국 시각)부터 25일까지 슬로베니아 첼레에서 펼쳐진 제23회 세계 여자 주니어 핸드볼 선수권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다. 16개국이 겨루는 결선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26일부터 하위리그 순위결정전(17~32위)인 프레이지던트컵 대회에서 최종 순위를 가린다. 일본은 A조에서 2승 1패로 16강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지난 1985년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3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적에 그쳤다. 종전 최저 순위는 1999년과 2001년, 2003년 대회의 9위다. 본선 라운드 진출에 실패해 하위리그로 떨어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번 대회 2차전에서 프랑스에 13점 차(21-34)로 패하며 무려 21년 만에 ‘최다 점수 차 패배’ 타이 기록의 불명예를 안았다.
2022년 한국 여자 핸드볼의 현주소가 비친다. 여자 핸드볼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획득 스토리는 2007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라는 영화로 제작돼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2000년대까지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던 한국 여자 핸드볼은 201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이후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10위, 2020 도쿄올림픽에선 8위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향후 10년 이상 한국 여자핸드볼을 책임져야 할 어린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니어 대표팀은 2014년 크로아티아 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으나 2년 뒤인 2016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7위에 그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8년 헝가리 대회 때 3위에 올랐으나 혼자 43골을 몰아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받은 에이스 송혜수(23 일본은 A조에서 2승 1패로 16강에 진출했다.현 광주도시공사) 의존도가 너무 컸다.

이번 주니어 대표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 대회 경험을 쌓지 못했다. 대회 전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적었던 점과 우승 후보 프랑스 등 '죽음의 조'에 편성된 것도 대표팀에 불리한 요소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팀 전력의 약화는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내내 잦은 실책과 낮은 슛 정확도로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다. 슛 성공률은 3경기 평균 56.8%에 그쳤다. 경기 운영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상대 팀의 연속 2분간 퇴장으로 유리한 상황을 맞았지만, 우리도 퇴장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지금부터라도 미래 인재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완전히 세계 변방을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핸드볼 선진국인 유럽의 훈련 및 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기본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여자 핸드볼은 '우생순의 영광'을 뒤로하고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했다.

한편, 대표팀은 27일 슬로베니아 첼레의 즐라토록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1차전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35-28로 이겼다. 이연송이 7m 던지기 포함 11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지은혜가 9득점, 이한주가 6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대표팀은 29일 C조 3위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치른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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