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가운데). /LG 트윈스 제공
박용택(가운데). /LG 트윈스 제공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ㆍ김호진 기자] 박용택(43·KBS N 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이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영원한 33번으로 남았다.

LG 구단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 때 박용택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진행했다. 박용택은 지난 2020년 11월 5일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 출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공식 은퇴식을 열지 못했다.

그는 '팬들과 함께 하는 은퇴식'을 위해 은퇴식을 미뤄왔다. 기약 없는 무관중 또는 부분 관중 경기가 지속됐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지난해 구단은 실내 시설에서 은퇴식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박용택의 의지가 워낙 강해 뜻을 접었다. 은퇴 후 야구 해설위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박용택은 지난 시즌 자신보다 후배이자 늦게 은퇴를 결정한 KT 위즈 유한준(41)의 은퇴식을 직접 중계하기도 했다. 유한준은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고 지난해 11월 은퇴했다. 

시간이 흘러 1년 9개월 뒤인 올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어 팬들이 제한 없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박용택의 은퇴식을 열게 됐다. LG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본지와 통화에서 "당초 올 시즌 개막 첫 달인 4월에 박 위원의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진행하려 했는데, 방송사 협조 문제와 박 위원의 일정 등이 맞지 않아 7월로 미루게 됐다"고 밝혔다.

박용택은 이날 은퇴식 특별 엔트리에 포함되어 3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주심의 플레이볼 선언 직후 김현수(34)와 교체됐다. 교체 사인을 받은 뒤 모자를 벗고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였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야구 팬들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박용택. /연합뉴스
박용택. /연합뉴스

고명초-휘문중-휘문고-고려대를 졸업한 박 위원은 2002년 KBO리그에 데뷔한 이후 2020년 은퇴하기까지 LG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프로 통산 2236경기에 출전해 2504안타 213홈런 1192타점 1259득점 313도루를 기록했다. 리그를 지배하는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야구를 대하는 성실한 자세와 꾸준함을 과시하며 LG를 대표하는 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선수와 지도자로 박용택과 17년의 세월을 함께한 류지현 LG 감독은 "신인 때 박용택을 보면서 슈퍼스타가 될 자질이 있다고 느꼈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선수였다. 늘 연구하면서 변화를 추구했다. 팬들과 소통도 잘했다. 모범적인 사례를 남긴 선수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LG 내야수 김민성(34)은 "후배들에게도 애정이 많은 선배였다. 본인 훈련이 끝난 뒤에도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셨다. 몸 관리도 철저했다. 몸에 맞지 않은 음식은 절대 먹지 않았다. 정말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였다. 후배들에게 큰 도움을 주신 선배다"고 칭찬했다. 

박용택은 프로야구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안타, 최다 경기 출전, 최다 타석(9138타석), 최다 타수(8139타수) 기록을 작성했다. 게다가 역대 최초 200홈런 300도루, 10년 연속 3할 타율, 7년 연속 150안타 기록도 보유했다. 2005년에는 90득점 43도루로 득점왕과 도루왕을 차지했고, 2009년에는 타율 0.372로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4차례 골든 글러브(2009, 2012, 2013, 2017년)를 수상했다.

박 위원의 현역 시절 꿈은 LG 유니폼을 입고 우승, 33번 등번호가 LG의 영구 결번으로 남는 것이었다. 다만 LG가 1994년 2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을 끝으로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면서 마지막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은퇴했다. LG는 박 위원의 헌신과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김용수(41번), 이병규(9번)에 이어 3번째로 그의 등번호 33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날 경기 후 박용택의 영구결변식이 진행됐다. LG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19년간 우리 구단에 있었다는 점이 컸다. 팬들 사이에선 (영구결번 자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구단 내에서 충분히 '영구결번을 받을 만한 노력들이 있었다'고 봤다"며 "특히 박 위원은 선수 때도 그렇고 지금도 (사건사고로)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팬들을 대하는 부분에서도 모범적이다. 모든 부분을 고려했을 때 영구결번을 부여할 수 있다고 결론을 냈다"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