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규모는 글로벌 수준 성장... 국가 중심의 '강제성장'은 아직까지 문제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은 적극적인 정책 금융에 힘입어 규모의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적 성장을 밀어올렸던 과거의 모습이 앞으론 발목을 잡는 싱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준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이 신규 결성액 기준으로 2008년 1조원 수준에서 2021년 9조 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고 말한다. 절대 규모 측면에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며 실물경제(GDP) 대비 상대 규모로는 세계 톱이다.

심지어 이와 같은 부분도 창업투자회사 투자조합 자료에 기초한 결과다. 집계에서 제외된 부문을 합치면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정부 10개 부처가 출자하는 모태펀드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하는 성장지원펀드의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2022년 말 기준 운용 규모는 정부 부처 출자 모태펀드가 32조 9000억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성장지원펀드는 9조 9000억원 수준이다.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들 중 이처럼 '정부' 지원을 받은 비율은 국내의 경우 62%에 달한다.

'마중물'이란 시대와 환경에 걸맞지 않는 은유가 쓰이는 것처럼,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은 양적 성장이 국가 중심으로 '강제성장'했다. 이 같은 정책금융의 '몰빵'은 민간투자를 밀어내고, 내부적인 통계나 자문 등의 성숙을 위한 과정을 가로막고 있으며, 현실 밑바닥에선 소규모 투자나 펀드 등이 난립하는상황을 만들었다.

투자 시장이 성숙한 국가에선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펀드와 시장 자료를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해 주는 이 같은 활동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업(job)'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미국 투자회사 제너럴 애틀랜틱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미국의 벤처캐피탈의 건별 투자 규모는 1000만달러 내외로 상한은 2000만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별 2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펀드 규모 역시 미국이나 유럽의 벤처캐피탈은 1000억원 이상 규모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국내에선 300억~400억원 사이의 펀드가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해서 작금의 정책금융 돈맥을 끊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책금융의 평가방식에 대한 고민이나, 향후 벤처캐피탈과 관련된 일관된 자료 DB 구축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전문가들로부터 이어지고 있다.

벤처캐피탈 펀드나 운용사의 자료를 DB화한다면, 청산 및 현재 운영 펀드의 투자전략, 개시일, 조성규모, 투자·미투자 금액, 실현·미실현 금액, 평가금액, 운용보수 체계와 수준, 총(gross)/순(net) 수익과 수익률 등에 대한 집계가 필요하단 의미다.

정권 교체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관치금융'이란 정체모를 유령이 왜 아직도 국내 시장에서 어슬렁대야 할까? 업력의 축적과 성장, 질적 성장이 향후 뒤따라야 한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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