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핵심자회사 현대오일뱅크 상장 가시화
HD현대 디스카운트 논란 피할 수 없을 듯
10% 고배당률 ·아산재단 꾸준한 지분 매입→할인 공식 깨트리나
오일뱅크 빠지면 배당 및 이익 유지 어렵다? 반론도
HD현대 홈페이지
HD현대 홈페이지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ESG시대, "국내 기업들은 G가 어렵다"는 평가가 종종 나오곤 합니다. 환경과 사회공헌에선 선진국 못지 않을 만큼 앞서가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에선 항상 골머리를 앓기 때문이죠. 오너가 위주 경영이 대세인 한국에선, 그래서 G를 잘해야 진정한 ESG 경영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 상당수가 2세에서 3세, 혹은 3세에서 4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김현기의 GA(Governance Analysis)’는 이런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기업분할, 승계와 관련된 알쏭달쏭한 방정식을 함께 풀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지난달 말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예심을 통과해 10월 코스피에 입성할 예정입니다.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대형 기업들의 연이은 IPO 연기로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지 기대됩니다. 벌써부터 몸값이 10조원에 이른다는 등 시장은 계산기를 바쁘게 두드리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 상장 이면을 들춰보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상장예심 통과로 인해 현대오일뱅크 모회사이자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가 디스카운트 논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비상장이어서 몸값 측정이 어려웠던 현대오일뱅크가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 최대주주 HD현대의 가치도 동반 상승하지 않겠느냐는 이론이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 뒤 코스피시장에 오를 때, 모회사 LG화학의 시총이 쭉 빠져 ‘지주사 디스카운트’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비상장 자회사 상장이 ESG와 어긋난다는 쓴소리도 들었습니다.

HD현대와 현대오일뱅크 관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 매출액 11조2966억원 중 현대오일뱅크 매출액이 7조2426억원으로 64.11%를 차지합니다. 영업이익 비중은 더 커서 HD현대 영업이익 8050억원 중 87.5%인 7045억원이 현대오일뱅크에서 발생했습니다. HD현대가 자회사 상장 뒤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만 합니다.

일단 시장은 HD현대에 대해서도 ‘지주사(모회사) 디스카운트’ 논리를 적용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예심 당일인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HD현대 주가는 15%가량 빠졌습니다. 물론 조선 관련 시가총액에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했고 HD현대 중간배당 배당락(6월 29일)까지 겹쳤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 폭이 3∼4%였던 것을 고려하면 HD현대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LG화학처럼 기업가치가 반토막 나는 사태까지 이를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HD현대 시총이 현 수준인 4조원 이하로 내려가기 어려울 것"으로 단언합니다.

첫 번째 이유로는 HD현대의 높은 배당률이 꼽힙니다. HD현대는 지난 2018년부터 주당 3700원의 결산배당을 예외 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지난해엔 여름에 1850원의 중간배당을 더했고, 올해도 최소 같은 액수의 중간배당을 할 것이 유력합니다. 그렇다면 연간 배당금이 5550원이 됩니다. 최근 주가 5만3000원 안팎을 적용하면 시가배당률 10%를 초과하기 때문에 배당 매력 때문이라도 많은 이들이 HD현대 주식을 찾을 것이란 논리입니다.

다른 이유는 아산병원을 운영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재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산재단은 높은 배당을 이유로 지난해 말 1.92%였던 지분율을 올해 말 3.95%까지 늘리겠다며 HD현대 지분을 줄기차게 사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 상장 전후로 주가가 급락한 6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2주간 약 180억원을 들여 0.40%(총 31만9269주)를 늘리고 지분율 3%를 돌파(3.07%)하는 등 지배력에 가속도를 붙였습니다.

특히 아산재단은 HD현대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지분율 26.60%)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됩니다. 내부자에 가까운 아산재단의 꾸준한 지분 취득은 HD현대의 기업가치를 유지하는 하나의 시그널이 됩니다.

물론 HD현대도 큰 폭의 디스카운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 역시 존재합니다. 지난해와 올해 HD현대가 현대오일뱅크에 의존해 이익 개선을 이룬 만큼 유가가 언제라도 내려가면 이익이 추락해 HD현대가 배당금을 줄이거나, 중간배당을 못할 수 있다는 반론이 그 것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과 함께 신주매출(주식을 새로 발행해 공모하는 것)을 하면 HD현대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율(현재7 3.05%)이 30∼40%대로 크게 떨어지는 상황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HD현대가 현대오일뱅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줄어듭니다. HD현대는 현대오일뱅크에서 지난해 말 2961억원, 올 여름 88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으나 상장 이후엔 바뀔 수 있습니다.

자회사 상장에 따른 지주사(모회사) 디스카운트는 전문가는 물론 동학개미들에게도 큰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그런 가운데 배당 매력 충분한 HD현대가 디스카운트를 피할 수 있을지 없을지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HD현대와 현대오일뱅크는 새 공식을 만들 수 있을까요?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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