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팬들이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응원팀의 승리에 기쁨을 느끼는가 하면, 경기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응원팀의 성적과 팬들의 행복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스포츠경제와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코리아가 함께 실시한 ‘2016 축구행복지수’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축구 팬들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었다.

축구와 관련한 행복도를 묻는 7개 항목의 답변을 10점 만점으로 환산해 ‘축구행복지수’를 산출했다. ‘K리그 경기를 관람하는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등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 2, 그렇지 않다 4, 보통이다 6, 그렇다 8, 매우 그렇다 10점’순으로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축구행복지수’ 1위는 광주FC를 응원하는 팬들이 차지했다.

◇광주FC 팬들 ‘K리그 자체가 좋다'

광주FC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1승14무13패, 승점 47로 8위에 그쳤다. 하위 스플릿(6~12위)으로 떨어져 챌린지(2부) 강등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챌린지로 내려간 11위 성남FC(승점 43)와 승점 차는 불과 4였다.

그러나 매년 발전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2014시즌 챌린지 2위로 클래식에 승격된 광주는 첫 해인 2015년 10위를 차지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이어 2년째인 올 시즌에는 순위가 두 계단 더 올랐다. 팀 내 간판 스타였던 정조국(32•현 강원FC)은 20골로 득점왕에 오르고 시즌 MVP까지 거머쥐어 팬들을 기쁘게 했다.

광주를 응원하는 팬들의 축구행복지수(전체 평균 5.97)는 6.36으로 12개 구단 중 가장 높았다. 비단 팀의 성적 향상에만 행복을 느낀 것이 아니었다. 광주 팬들은 ‘K리그 경기를 관람하는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낀다(6.55)’와 ‘K리그는 내 삶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6.05)’, ‘매년 K리그 시즌이 끝나면 삶이 무료하다(5.35)’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광주 팬들은 응원팀의 승패보다는 축구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축구행복지수 2위는 올 시즌 우승팀 FC서울 팬들이 차지했다. 서울 팬들은 ‘매년 K리그 시즌이 기다려진다’ 등에서 1위를 기록하며 광주에 0.07 뒤진 6.29를 얻었다. 리그 하위권 팀인 인천 유나이티드(10위)와 수원FC(12위), 포항 스틸러스(9위)가 나란히 축구행복지수 상위권인 3~5위에 포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반면 ‘명가’에서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한 수원 삼성(7위)의 팬들은 축구행복지수가 5.77로 상주 상무와 함께 가장 낮았다.

◇응원팀 만족도는 성적과 비례  

‘올해 응원팀 때문에 행복했던 정도’에 대한 설문에서는 구단별로 축구행복지수와 크게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표적인 팀은 전북 현대다. 올 해 팀이 겪은 희비를 반영하듯 팬들의 행복도는 다소 기복을 나타냈다. 전북은 올 해 구단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파문으로 승점 9를 깎여 리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시즌 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10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으며 반전에 성공했다.

전북 팬들은 축구행복지수에서는 5.86으로 전남 드래곤즈와 함께 공동 8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응원팀 때문에 행복했던 정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86.0%가 ‘행복했다’ 또는 ‘매우 행복했다’라고 답해 12개 구단 중 단연 1위를 기록했다. 이 부문에서 서울은 78.0%로 축구행복지수와 같은 2위에 올랐다. 이어 3위는 제주 유나이티드(리그 3위, 축구행복지수 10위)가 차지해 ‘응원팀으로 인한 행복도’는 팀 성적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닐슨코리아 측은 “서울 팬들은 축구를 좋아하고 팀 성적에도 만족하는 편인 반면, 전북 팬의 경우 응원팀의 성적에는 만족하지만 축구에 관심은 많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경기장 방문하면 더 커지는 행복

K리그는 팬들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축구에 대한 행복도를 측정하는 7개 항목 가운데 5개에서 절반 이상 또는 그에 가까운 긍정 응답이 나왔다. ‘시간이 된다면 가급적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는 문항에는 63.3%가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변했다. 구단별로는 서울(72.0%)과 포항(70.0%) 팬들의 긍정 반응이 높았다.

‘K리그 경기를 관람하는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팬들도 절반 가까이(48.7%)나 됐다. 올해 클래식으로 승격한 수원FC 팬들의 긍정 비율이 58.0%로 가장 높았고, 서울과 광주 팬들이 나란히 56.0%로 축구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응답자의 3분의1가량(36.7%)은 ‘K리그가 내 삶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축구행복지수 평균은 경기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팬들(6.26)이 경험이 없는 팬들(4.81)보다 크게 높았고, 연령별로는 20대가 6.04으로 40~50대(5.97)와 30대(5.89)를 앞섰다. 성별로는 남성(5.99)과 여성(5.91)이 엇비슷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에서 11월28일부터 12월6일까지 온라인 서베이 방식으로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응원하는 K리그 팀이 있으면서 K리그를 직접 관람했거나 중계를 시청한 경험이 있는 성인(20~59세) 남녀 600명이다. 2016 K리그 클래식에 참가한 12개 구단을 기준으로 응원팀별 50명씩을 추렸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신화섭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