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새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면서 올해 하반기에 시작된 인사태풍이 새해에도 거세게 불어 닥칠 전망이다.

당장 내년 1월에는 기술보증기금(기보)의 김한철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3월에는 신한·하나·KB국민·우리 등 ‘빅4’ 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을 제외한 3곳의 CEO가 새로이 교체를 앞두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수장의 임기도 끝난다.

▲ 새해 임기 만료되는 금융권 CEO.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내년 주요 금융사 중 CEO 임기가 가장 먼저 끝나는 곳은 기술보증기금(기보)다. 오는 1월 13일 임기를 마치는 김한철 기보 이사장의 뒤를 이을 신임 이사장 후보의 공모에 8명이 신청을 한 상태다. 현재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3월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사가 상당히 많다. 3월에만 주요 시중은행 3곳 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돼 교체와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한동우 회장 후계구도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 70세가 넘으면 회장을 할 수 없다는 내부규정에 따라 한 회장은 연임을 해도 3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없어 이미 퇴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재 한 회장의 뒤를 이을 인사로 같은 달 임기가 끝나는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과거 계파 갈등을 겪었던 만큼 특별한 계파가 없는 조 행장이 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 더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장 자리가 통상 지주 회장 자리에 오르기 위한 정통 코스로 여겨진다는 점도 힘을 싣고 있다.

▲ 조용병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조 행장은 취임 이후 저금리 등 영업환경 악화에도 '리딩뱅크'의 위상을 공고히 했고, 모바일 전문은행인 써니뱅크의 출범과 자율출퇴근제 도입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도 3월 임기를 마친다. 함 행장의 경우 지난 1년 6개월간 재임하면서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다가 특별한 내부 경쟁 상대가 없어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사진=KEB하나은행

새로운 과점주주들이 행장을 뽑을 우리은행도 현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3년 임기를 2년으로 줄이면서까지 숙원과제였던 민영화에 힘썼고, 성공시켰으며 호실적도 끌어냈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임기 시작부터 ‘민영화’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직접 국내외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경영 면에서도 올해 3분기까지 1조1,059억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 연간 당기 순익(1조754억원)을 이미 초과하는 등 성적도 좋다. 작년 말 8,000원대이던 주가가 1만3,000원대까지 올라 시총은 작년 말 5조9,000억원대에서 이달 23일 8조9,570억원으로 50%(2조9,947억원) 넘게 불어났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생긴 우리은행에는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으로 나뉘어 보이지 않는 파벌이 형성돼 있는데, 두 파벌이 과점주주들을 상대로 치열한 줄 대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점에서 금융권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3월에 3년 임기를 마친다.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후임 인사 선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4월에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김 회장도 연임 가능성은 있으나 다만 농협금융 3명의 전임 회장이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나간 점에 비춰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1월 수장이 바뀌는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 겸 행장의 연임 여부와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 이슈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고, 같은 달 역대 세 번째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임기를 마치게 된다. 하 회장이 교체된다면 후임자가 민간에서 나올지, 관료 출신 중에서 나올지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12월에는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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