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GSㆍ포스코ㆍ태영건설 등 만기 회사채 전액 상환
재발행 시 금리 2∼3배 ‘점프’…흥행 보장도 없어
HDC현산, 상환 금액 일부 금융권 차입으로 충당
"실적도 불투명……유동성 허락 범위 내 버티기"
한 아파트 건설 현장. / 연합뉴스
한 아파트 건설 현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국내 중대형 건설사들이 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재발행 없이 현금으로 갚고 있다. 현금이 넉넉해 빚을 갚는 경우도 있지만 계속된 금리 상승으로 '이자 폭탄'이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라 차환할 경우 이자가 두 배 이상 오르는 데다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부채비율이 높아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편이다. 회사채 재발행할 경우 미매각 등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GS건설과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태영건설 등 국내 시공평가순위 15위 안에 드는 건설사들이 지난달 천억원대 이상의 회사채를 모두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은 지난 2019년 7월 12일 발행해 지난달 12일 만기가 돌아온 3000억원 규모의 3년물 원화 회사채를 전부 갚았으며, 포스코건설도 1200억원 규모의 2년물 외화 회사채 만기가 지난달 10일 도래함에 따라 모든 채권자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줬다. 

건설사 중 회사채 시장 단골인 태영건설도 ‘상환 러시’를 피해갈 수 없었다. 태영건설은 지난 3월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현금으로 갚은 뒤 "7월 만기 회사채(1400억원 규모)는 내부 현금 흐름을 감안, 재발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으나 결국 갚는 쪽을 택했다.

현산은 회사채를 금융권 차입으로 바꾼 경우다. 현산은 인적분할 전인 지난 2017년 7월 500억원 규모의 5년물 원화 사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7월 1500억원 규모의 2년물 원화 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공교롭게 두 회사채 만기가 지난달 나흘 간격으로 다가왔는데 현산은 재발행 대신 1700억원을 금융기관에서 빌려 유동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자본시장 움직임과는 다르지만, 건설업계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금리 급등에다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으로 수익성마저 당분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상장 건설사 중 태영건설(연결기준 1분기 283억원 흑자→2분기 74억원 적자)처럼 2분기 영업손실을 내는 곳까지 생겼다.

업계에서 비교적 높다는 GS건설과 포스코건설 신용등급이 A+(안정적)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본다. 두 회사는 2019∼2020년 2% 안팎의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올 여름엔 6∼7%를 각오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혔다.

두 회사보다 신용이 낮은 다른 건설사들은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돈을 빌려주겠다는 곳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전쟁 변수가 잠잠해지고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 발표 등으로 건설 경기가 확실히 반등하기 전까지는 현재 갖고 있는 현금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하반기에도 회사채를 전액 상환하거나, 일부 갚고 일부는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형태로 자금 계획 세울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10월 SK에코플랜트는 2000억원,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은 각각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DL이 9∼10월 1310억원, 한신공영이 올 겨울 200억원의 공모채를 상환해야 한다.

증시 침체로 유상증자마저 어려워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수혈할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적지 않은 건설사들이 부채 상환과 유동성 유지, 미래사업 투자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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