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기자와 긴밀한 교감이 필요한 캐디
최근 부모, 형제, 연인 등 프로선수들의 캐디 소임 맡기도
골프 라운딩. /연합뉴스TV 제공
골프 라운딩. /연합뉴스TV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어학사전에 ‘캐디’를 검색하면 ‘플레이어의 골프채(클럽)을 운반하는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캐디는 단순히 짐만 나르지 않습니다. 샷에 관련된 조언을 하는 등 경기자가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편의도 제공합니다. 폭염이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무거운 골프백을 메고 경기자 옆을 지킵니다. 육체적인 어려움과 함께 감정 노동의 고충도 감내해야 합니다.

캐디의 종류는 일반과 프로로 나뉩니다. 일반캐디는 골프장, 양성센터 등에서 업무를 교육받으면 될 수 있습니다. 프로캐디는 룰, 장비 등 골프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전문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식, 실기 테스트를 거쳐 선발됩니다. 일반캐디 경력 2년 이상이면 누구나 테스트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프로캐디가 많지 않습니다. 프로선수들도 가족이나 지인이 캐디를 맡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매니저나 후원사 직원, 부모, 형제, 연인, 스승 등이 캐디로 나서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챔피언십 대회에서 39년 만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박현경(22·한국토지신탁)은 당시 자신의 부친이자 한국프로골프(KPGA) 프로선수 출신인 박세수 씨를 캐디로 내세웠습니다. 박 씨는 2013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될 때까지 직접 딸을 가르쳤고, 프로 데뷔 이후엔 백을 메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습니다. 박현경은 2연패 달성 직후 "우승의 90%는 아버지 덕입니다"라고 공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태훈(37·웹케시그룹)도 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형돈 씨와 함께 필드를 걷습니다. 2007년 프로에 입문한 뒤 15년간 통산 4승을 합작했습니다. 특히 2020년엔 KPGA 대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휩쓸었습니다. 그는 "아버지는 저에게 가장 좋은 캐디입니다"라며 "끝까지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6월 강원도 춘천의 남춘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선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류현우(41)가 초등학생 아들을 캐디로 데리고 나섰습니다. 이다승(12) 군은 골프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캐디백이 실린 수레를 열심히 밀고 아빠인 류현우가 퍼트를 시도할 땐 함께 그린을 살피기도 했습니다.

허인회(뒤) 프로와 아내인 육은채 캐디가 비 내리는 필드에서 함께 우산을 쓰고 있다. /KPGA 제공
허인회(뒤) 프로와 아내인 육은채 캐디가 비 내리는 필드에서 함께 우산을 쓰고 있다. /KPGA 제공

최근 국내 KPGA에서는 ‘아내 캐디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 5월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양지호(33)를 비롯해 최호성(49), 허인회(35), 이형준(30) 등은 아내 캐디와 함께 경기를 하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캐디가 다양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캐디백만 옮기던 단순 노동을 넘어 임무가 확대됨에 따라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재열(62)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캐디도 전문화된 캐디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한국 골프는 세계의 집중을 받고 있다. 지금 인기를 잘 다스려서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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