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악천후로 인한 취소-순연 기준 불명확
물론 과거 드물게 순연 사례 존재
2022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나선 대구FC 이근호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22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나선 대구FC 이근호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실외 프로스포츠 경기 우천 순연 규정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프로야구의 경우 비가 많이 내릴 경우 꽤나 빈번하게 우천 순연이 이뤄지고 있지만, 프로축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웬만한 천재지변이 아니고서야 경기는 정상 진행됩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K리그 경기 규정 제11조 ‘악천후 시 대비 조치’를 살펴보면, 각 홈 팀은 강설 또는 강우 등 악천후 시 경기 개최가 가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돼 있습니다. 경기 감독관은 경기 개시 3시간 전까지 경기 개최 여부를 결정만 하면 됩니다. 악천후로 인한 취소나 순연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K리그뿐 아니라 해외 리그, 월드컵 등을 종합적으로 놓고 봐도 강설, 강우로 인한 순연, 취소 사례는 굉장히 드뭅니다. 때문에 축구에선 이른바 ‘수중전’이란 표현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축구는 전후반 각각 45분과 일부 추가시간까지 경기 시간을 모두 합쳐도 100분이 넘지 않습니다. 야구에 비해 경기 시간이 크게 짧은 것도 어지간한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경기를 정상 진행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2010년 이후 K리그에서 악천후 등으로 경기가 미뤄진 사례는 5차례에 불과합니다. 2018년 8월 22일 제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수원 삼성전은 강풍을 동반한 태풍 여파로 그해 9월 8일로 경기가 미뤄졌습니다. 강풍이 불어 닥치면 경기장 지붕 등 시설의 파손 가능성이 생겨 안전 문제로 순연이 불가피했습니다.

2018년 11월 24일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강원전(상주)은 폭설로 킥오프 시간이 오후 2시에서 4시로 연기됐습니다. 2019년 9월 22일에도 강풍을 동반한 태풍 여파로 2경기가 순연됐습니다. 당시 경남FC-전북 현대전(창원), 울산 현대-강원FC전(울산)은 폭우와 강풍 등을 동반한 태풍 영향으로 각각 10월 3일과 10월 2일로 연기됐습니다. 특히 경남-전북전은 10월 2일에도 돌풍, 번개 등을 동반한 태풍 여파로 다시 하루 뒤로 경기가 미뤄졌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 2020년 7월 12일엔 제주-부천FC전(제주)이 심한 안개 때문에 8월 26일로 연기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ACL 경기 현장에 비가 내리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ACL 경기 현장에 비가 내리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물론 K리그 경기 순연 사례는 지난 10여 년간보다 20~30년 전에 더 빈번히 발생했습니다. 그땐 그라운드 배수 시설이 낙후돼 폭우가 내리면 그라운드에 많은 물이 고여 선수들이 정상적인 드리블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경기가 요즘보다 자주 순연되곤 했습니다. 그러다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의 성공으로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국내 경기장들의 배수 등 인프라 시설들이 개선됐고, 악천후로 인한 경기 순연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한편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로 경기가 미뤄진 사례도 있습니다. 1999년 8월 22일 강릉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축구 99바이코리아컵 K리그 천안 일화(현 성남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는 조명 사고로 당일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시작 10분 전 일부 조명탑에서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면서 정전이 됐고, 경기장엔 ‘경기가 조금 늦게 진행될 예정이다’라는 안내 방송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조명 시설 점검 결과 발전기 휴즈까지 끊어져 결국 순연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조명 사고로 시작 직전 경기가 미뤄진 첫 사례였습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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