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포드·GM·테슬라 등 배터리 비용 이유로 전기차 가격 줄줄이 인상 
中 쓰촨성 전력제한 및 남미 보호주의 영향으로 리튬 가격 최고치  
현대차 등 국내 업계 중국산 리튬 의존도 압도적으로 높아 위험
포드 전기차 머스탱 마하-E. /사진=포드자동차 홈페이지
포드 전기차 머스탱 마하-E. /사진=포드자동차 홈페이지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소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기차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중국산 광물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 완성차업계의 대응책도 요구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자동차는 이달 미국 현지에서 2023년형 전기차 머스탱 마하-E 일부 출고 가격을 모델에 따라 4만7000~7만달러 수준으로 인상했다. 4만4000~6만2000달러에 판매된 2022년형에 비해 3000~8000달러 오른 가격이다.

포드는 가격 인상 이유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소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을 꼽았다. 앞서 포드는 같은 이유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일부 모델 가격 인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리비안 등도 최근 비슷한 이유로 전기차 가격을 올렸다. GM은 지난 6월 전기 픽업트럭 허머EV’ 가격을 약 8만달러로 6250달러가량 올렸으며 테슬라는 올해 전기 SUV 모델Y 4WD 차량 가격을 세 차례나 인상했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R1T 전기 픽업트럭의 최저가(6만7500달러) 트림인 익스트림 판매를 중단하고 7만3000달러짜리 상위 트림인 어드벤처로 변경 또는 구매를 취소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사실상 5500달러 이상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리비안은 지난 3월에도 차량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사전주문자 반발에 부딪혀 하루 만에 철회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미국 전기차 평균 판매가격은 5만4000달러로 1년 전보다 약 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차량 평균 가격이 4만4400달러로 14% 오른 것에 비해 인상폭이 두드러진다.

전기차 가격 변동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 가격 인상이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터리용 원자재 가격이 두 배가량 오르면서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2020년 말부터 리튬,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배터리 가격 인상이 본격화 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등에 따르면 이달 28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t당 6만9259달러 수준으로 올해 4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t당 6만8822달러를 넘어섰다. 리튬은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다른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 니켈 대비 저렴했지만 이제 배터리 소재 중 가장 비싼 광물이 됐다.

최근의 리튬 가격 상승은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급망 이슈에 세계 리튬 생산량의 약 28%를 차지하는 중국 쓰촨성의 생산 중단, 남미 리튬 산지 국가들의 이른바 ‘리튬 보호주의’ 기조 등의 영향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쓰촨성은 60여년 만의 폭염으로 전력 사용을 제한하면서 리튬 생산 공장 일부도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55%가량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은 현지 정부들이 더 큰 이윤을 얻기 위해 광물 생산 통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전기차업체 BYD도 칠레에서 리튬을 추가 확보하려다 현지 법원에 가로막혔다.

현대차 전기 SUV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전기 SUV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등 국내 업체도 배터리 원재료 가격 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특히 중국산 리튬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시장 상황에 유연하기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기업의 수산화리튬 수입액 84.4%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발트와 천연 흑연의 중국 비중도 각각 81.0%, 89.6%로 나타났다. 2018년과 비교하면 5.9%포인트, 39.5%포인트, 27.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또한 현대차·기아는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 결정되면서 현지 가격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기도 하다. 해당 법안은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만들어진 배터리·핵심광물을 사용한 차량에 최대 7500달러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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