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선수를 만드는 게 먼저"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스포츠 꿈나무들이 '행복한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탁구 신유빈(18·대한항공)과 테니스 조세혁(14)은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공통점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 선수 모두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했다. 신유빈은 고교 진학을 포기한 뒤 실업팀에 입단했고, 조세혁은 중학교를 자퇴했다. 이들이 공부를 포기한 이유는 하나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학생 선수들은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출전 대회를 제외하곤 여타 대회에 출전하기 어렵다. '학생 선수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는 초등학교 10일, 중학교 15일, 고등학교 30일에 불과하다. 종목별 전국 규모 대회는 3~5개 정도가 된다. 종목별로 대통령기, 회장기, 협회장배 등 예선전을 포함해 통상 2~4일간 치러진다. 1년 동안 1~2개 대회만 출전해도 무단 결석을 피할 수 없다. 만약 병행한다고 해도 문제다. 수업에 치중하다 보면 경쟁력이 떨어져 진학이나 실업팀 진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지난 2019년 6월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 출석 인정 일수 축소 및 학기 중 주중 대회 금지 ▲ 학기 중 주중 대회의 주말 대회 전환 ▲ 소년체전 개편 등을 문화체육관광부부와 교육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학부모와 지도자 등은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키우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일부 학생 선수의 진학 대신 자퇴를 불러일으켰다며 비판했다. 게다가 혁신위가 권고한 주말 대회의 경우도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100% 주말 대회로 전환한 사례가 드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표했다.
최근 문체부는 혁신위 일부 권고안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발표했다. 하지만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인권연구소와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체육시민연대는 문체부의 발표에 대해 즉각 반발에 나섰다 "혁신위는 문체부 산하에 있었다. 이제 와서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깎아 내리는 형태는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세 단체와 뜻이 같은 한 체육인은 5일 오후 본지와 통화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만 따져선 안 된다. 학생 선수의 진학과 지도자의 계약 구조도 살펴봐야 한다. 지도자의 계약은 선수의 실적에 기반한다. 선수가 큰 규모의 대회에서 입상할 경우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며 "그렇게 되면 감독은 오로지 성적만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과잉훈련, 상시 합숙 등 관행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북부 A 고등학교 축구 지도자는 "현재 뜨거운 감자다. 주중 대회 찬반 의견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행복한 선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부모 손에 떠밀려서가 아닌, 학생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운동에 전념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선수 보호도 중요하고 실효성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걸 빼먹었다. 학생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 건강한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본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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