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 선수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한국스포츠경제와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가 실시한 K리그 팬들의 행복도 설문 조사에서는 그 동안 축구계를 지배했던 승리 지상주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저조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5%에 이르고, 올해 나란히 클래식(1부 리그)에서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된 성남FC와 수원FC의 ‘팬 충성도’는 90% 이상의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무조건 승리보다는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개개인의 만족감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뀌고 있는 축구 관람 문화의 단면 중 하나다.

◇‘패배=스트레스’ 공식 깨진다

승리와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는 기대치와 무관하지 않다. 기대가 높은 팀일수록 성적이 저조하면 팬들의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응원 팀의 성적이 저조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우승팀 FC서울(56.0%)이 1위였고, 포항 스틸러스(54.0%),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이상 50.0%) 등의 순이었다. 이는 전체 평균 45.0%보다 높다.

서울에 반해 팬들이 생각보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대표적인 구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빛나는 전북 현대였다. 전북 팬들은 성적이 저조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응답(58.0%)이 반대의 경우(42.0%)보다 크게 높았다. 수원 삼성도 전북과 같은 수치를 보였다. 전북과 수원 삼성은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이자 강호이다. 그만큼 팬들은 성적에 상관 없이 구단 자체를 사랑하고 있었다.

성적이 나빠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전체 1위는 1년 만에 다시 챌린지로 내려간 수원FC(64.0%)였다. 나란히 상위 스플릿에서 싸운 전남 드래곤즈과 상주 상무는 62.0%로 뒤를 이었다.

구단에 대한 팬들의 충성심을 알아보는 문항인 ‘응원 팀의 성적이 저조하면 응원 팀을 변경할 의향이 있는가’에는 ‘없다’는 의견이 84.8%로 압도적이었다. ‘바꾸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광주FC(24.0%), 울산(20.0%), 상주(18.0%)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팬 충성도는 대부분의 구단이 80%를 웃돌았고 ‘깃발더비’로 유명해진 두 수도권의 시민구단 성남과 수원FC가 각각 94.0%와 90.0%로 1, 2위를 차지했다. 올 해 성적이 나빠 내년 챌린지로 떨어진 두 팀이지만 팬 충성도는 오히려 명문구단들을 크게 앞질렀다. 충성도와 성적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대목이다.

◇’빅3’ 서울•전북•수원 삼성 ‘우승 기대’

모든 구단이 우승을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팬들이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도 우승이었다. ‘응원 팀에 기대하는 내년 목표’로 K리그 우승(47.6%)이 가장 많았다. 이어 ‘상위 스플릿 포함(27.4%)’, ‘ACL 진출권 획득(20.4%)’, ‘K리그 클래식 잔류(4.6%)’ 순이었다. 그러나 상주(14.0%)와 광주, 인천 유나이티드(이상 10.0%) 팬들은 비교적 높은 비율로 ‘클래식 잔류’라는 현실적 목표를 꼽기도 했다.

우승 기대가 60%를 넘은 팀은 서울(76.0%), 전북(66.0%), 수원 삼성(62.0%) 등 이른바 ‘빅3’였다. 울산(54.0%)과 제주(50.0%)까지 절반 비율을 넘겼는데 이들 5개 구단은 모두 기업이 운영하는 축구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민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이 큰 만큼 팬들의 우승에 대한 열망도 높았다.

2016 시즌 성적을 평가하는 문항에서는 ‘기대만큼 했다(57.0%)’와 ‘기대보다 잘 했다(20.7%)’가 합계 77.7%로 집계돼 팬들은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즌 개막 전의 기대보다 잘 했다고 평가된 구단은 제주(44.0%), 전북(42.0%), 상주(34.0%) 순이었다. 전북은 악재 속에도 숙원이던 ACL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해여서 팬들의 만족감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ACL 플레이오프 진출권 확보)와 상주는 예상을 뒤엎고 상위 스플릿에서 경쟁했다.

‘기대만큼 했다’에서는 의외로 최하위 수원FC가 74.0%로 1위에 올랐다. 서울과 수원 삼성이 70.0%으로 2위였고 인천(64.0%)이 뒤따랐다. 앞서 수원FC 팬들이 최고 수준의 충성도를 보여준 만큼 팀 전력상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대보다 못했다’는 포항과 성남이 나란히 44.0%로 1위를 차지했다.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져 고전한 명문 포항과 창단 후 처음으로 챌린지 강등의 아픔을 맛본 성남 팬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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