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RE100' 가입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 턱없이 부족 
정부 'K-택소노미 개정안' 원전 확대에 방점…재생에너지 위축 우려 
정부 도움없이 자체 노력 힘겨운 삼성전자…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압박 지속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2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2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새 정부의 신(新)에너지정책이 원전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전원 믹스를 추구하는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23번째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하면서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친환경 경제활동 기준인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원자력에너지 활용 방안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상대적으로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에 재생에너지 전환이 글로벌 경영 표준으로 자리잡은 만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내 인프라 확충과 정책 지원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2020년 기준 22.9TWh(테라와트시)에 달한다. 그 해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량은 21.5TWh로 삼성전자 한 곳의 사용량도 채우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RE100' 가입뿐만 아니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K-택소노미' 개정안까지 원전 확대에 방점을 찍으면서 'RE100'에 가입한 국내기업들은 새 정부의 원전 위주 에너지정책 기조가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신에너지정책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하향 조정한 정부는 'K-택소노미' 개정안 초안에서는 원자력 기술연구개발 사업을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계속운전을 전환부문에 포함했다. 원전에 녹색투자를 집중하고 신재생에너지의 역할까지 맡기는 모양새다. 

일단, 재생에너지 확대 여부를 차치해도 원전 가동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에 대한 규정이 불확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전환포럼은 20일 논평에서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원전 확대를 위한 명분 쌓기용 지원제도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포럼은 "이번 안은 고준위방폐물 처분 부지 및 건설의 시점을 제기하지 못한 채,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법제화 할 경우 이를 방폐물 처분의 세부계획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한다"며 "2차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 역시 부지확보 및 건설에 37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기술돼 있을 뿐 언제, 어떤 부지에서 추진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행정절차 및 공학적 전망일 뿐이다. 2050년까지 고준위방폐물 처분부지를 확보하고 건설·운영할 세부계획을 조건으로 제시한 EU(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와도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6일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신(新)환경경영전략 간담회'를 열고 기후위기 극복 등 지구환경 개선에 기여하게 될 친환경 혁신기술을 소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DS 부문 친환경경영 혁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삼성전자 DS 환경안전센터장 송두근 부사장.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 16일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신(新)환경경영전략 간담회'를 열고 기후위기 극복 등 지구환경 개선에 기여하게 될 친환경 혁신기술을 소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DS 부문 친환경경영 혁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삼성전자 DS 환경안전센터장 송두근 부사장. / 삼성전자 제공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기업들의 원활한 'RE100' 달성을 돕기 위해서는 태양광·해상풍력을 집중 육성해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했고, 미국도 곧 도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탈탄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국내기업의 해외 수출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총 생산량이 삼성전자가 1년에 사용할 재생에너지 전력량보다 부족하다"며 "삼성전자에 전력량을 다 몰아준다고 가정해도 계속 반도체 공장이 늘어나면 전력은 계속 부족할 수밖에 없고, 나머지 기업들은 어떻게 RE100을 달성할지 문제가 또 남는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가 21일 개최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한 정부를 비판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중점을 둔 정책 방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회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해 재생에너지 전환이 글로벌 경영 표준으로 자리잡은 만큼,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내 인프라 확충과 정책 지원이 필수라는데 동의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RE100' 가입을 기점으로 국내기업의 'RE100' 가입도 더욱 늘어나 재생에너지 수요가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년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은 "RE100은 세계와 국내의 유수기업이 참여를 선언해 피할 수 없는 중요한 경제영역으로 자리매김해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잘못하면 우리 기업이 재생에너지 유목민이 될지도 모른다는 긴장이 크다. 새 정부가 시대를 역행해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대한상의가 발표한 'RE100' 조사 결과, 국내 제조기업 중 대기업 22.8%·중견기업 9.5%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며 "삼성이 'RE100' 참여를 밝힌 친환경 경영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목표달성에 현실적 어려움이 커서 정부에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정책적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말했다. 

황호송 삼성전자 상무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직접 발전량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0.02%도 안 된다"며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은 앞으로도 늘 수밖에 없고, 투자사들은 물론 애플·구글 등도 재생에너지 계획을 내놓으라며 꾸준히 압박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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