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 휘는 원리는 ‘마그누스 효과’
손흥민이 밝힌 비결은 역시 ‘훈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손흥민이 23일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KFA 제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손흥민이 23일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불가사의한 프리킥을 꼽으라면 1997년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에서 나온 브라질 호베르투 카를로스(49·은퇴)의 일명 ‘UFO 슛’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역대 최고 수준의 킥력을 가진 카를로스는 전반 22분 골문과 37m 거리에서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공은 수비벽을 피해 오른쪽 골대 바깥으로 향하더니 이후 급격히 휘어들어와 골문 구석에 박혔다. 당시 프랑스 대표팀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51·은퇴)는 “비행 접시가 날아오는 것 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 공 휘는 원리는 ‘마그누스 효과’

일부 강력한 프리킥은 이른바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게 과학계의 설명이다. 날아가는 공 주위에는 층류(層流)와 난류(亂流)라는 2가지 공기 흐름이 생긴다. 카를로스의 강력한 슈팅으로 공은 초속 30m 이상의 속도가 나 소용돌이 같은 공기의 움직임인 난류 상태에 빠졌고, 이후 다소 안정적인 층류 상태에 들어갔다. 그래서 공은 압력이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급격히 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외에 세계적인 프리키커들로는 주니뉴 페르남부카누(47), 코임브라 지쿠(69), 펠레(82), 데이비드 베컴(47), 호나우지뉴(42·이상 은퇴) 등이 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뛰었던 주니뉴는 프리킥으로만 77골을 넣어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물론 펠레(70골), 빅토르 레그로타글리, 호나우지뉴(이상 66골), 베컴(65골), 디에고 마라도나, 지쿠(이상 62골), 로날드 쿠만(60골), 마르셀리뉴 카리오카(59골), 호제리우 세니(59골)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선 하석주(54), 이을용(47), 고종수(44), 이천수(41), 김형범(38·이상 은퇴), 염기훈(39·수원 삼성) 등이 ‘프리킥의 달인’으로 꼽힌다. 하석주는 1996년 한중정기전 중국전, 1997년 호주와 평가전, 월드컵 예선 태국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다. A매치 94경기에서 23골을 기록했는데, 그 중 4득점을 프리킥으로 만들었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은 고종수의 지도를 받았다. 염기훈은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 “프리킥이나 크로스 개인 훈련을 할 때 옆에서 고종수 코치님이 항상 도움을 주셨다. 혼자 연습할 때는 몰랐던 킥 모션과 자세 관련 노하우, 잘못된 버릇 등을 짚어주셔서 프리킥이나 크로스가 크게 향상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프리킥은 고정된 위치에서 공을 차지만, 승부차기와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갖고 있다. 정상급 공격수들의 프리킥 성공률도 5% 안팎에 불과하다. 전성기 시절 베컴의 프리킥 성공률도 그보단 조금 높았지만, 10%는 채 되지 못했다.

'프리킥의 달인' 하석주. /KFA 제공
'프리킥의 달인' 하석주. /KFA 제공

◆ 손흥민이 밝힌 비결은 역시 ‘훈련’

프리킥도 일종의 유행이 있다. 과거 반발력이 적은 천연 가죽공을 사용할 땐 아웃사이드로 차는 선수들이 많았다. 펠레와 ‘드리블의 황제’ 고(故) 가린샤가 아웃사이드로 즐겨 찼으며 카를로스의 UFO 슛도 아웃사이드 킥에서 나왔다. 그러다 인사이드 감아 차기가 흔해졌고, 최근엔 공의 정중앙을 때리는 무회전 프리킥이 많이 보이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구사하는 무회전 프리킥은 상대 골키퍼 입장에선 상당히 막기가 어렵다. 공이 날아가는 도중 어디로 방향을 틀지 예측하기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이자 한국 축구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손흥민도 최근 프리킥에도 남다른 소질을 보이고 있다. 그는 코스타리카전 프리킥 골 성공으로 하석주(4골)와 함께 한국 대표팀 A매치 프리킥 최다 득점 공동 1위로 도약했다.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프리킥으로만 무려 3골을 작렬했다.

코스타리카전을 마친 손흥민은 프리킥 득점을 두고 “특별한 비결은 없다. 운동이 끝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연습했다. 운 좋게 들어갔다. 비결이라면 훈련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겸손한 대답이었지만, EPL에선 이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현지 언론 풋볼런던은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이 팀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지 못한 이유를 궁금해할 것이다. 토트넘은 크리스티안 에릭센(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떠난 후 프리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은연중에 손흥민의 프리키커 활용을 제안했다.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카메룬과 평가전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모의고사나 다름없다. 손흥민이 출중한 프리킥 능력까지 장착하면서 벤투호의 공격에도 보다 힘이 실리게 됐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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