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스피, 26일 장 중 2220선까지 추락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50조 7793억원…올해 최저치
주가 하락세에 투자 자금 은행과 채권으로 몰려
코스피가 26일 장중 2220선까지 추락했다. 환율은 1430원을 뚫었다. 그러자 외국인들에 이어 개미들도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리고 있다. 증시에서 빠진 개미들의 투자 자금은 은행과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26일 장중 2220선까지 추락했다. 환율은 1430원을 뚫었다. 그러자 외국인들에 이어 개미들도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리고 있다. 증시에서 빠진 개미들의 투자 자금은 은행과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진행가고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악화까지 예고되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제는 국내 투자자들 역시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 ‘총체적 위기’가 닥친 것이다.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81%가 하락한 2290.00에 장을 마쳤다. 2300선이 무너지며 하락세가 이어진 가운데 26일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오후 2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3.01%가 하락한 2220선까지 내려갔다. 

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카카오 등 코스피를 대표하는 종목들이 신저가를 경신했다. 또한 23일 기준으로 코스피의 시가총액(시총)은 1804조 5000억원으로 1년 전인 2314조 4174억원에서 비해 509조 9174억원이 줄었다. 

이 같은 하락세가 이어지며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마저 어둡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상장사 218곳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1조 99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의 57조 2353억원과 비교하면 10.7%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추정치는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26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420원을 넘어 1430원을 뚫었다. 원‧달러 환율이 장 중 14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외국인들은 발 빠르게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고 있다. 9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2조 6575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올해 들어 14조 7652억원을 빼갔다.

문제는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개인 투자자들마저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하락장이 이어지며 주식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고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투자자예탁금의 하락세가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금액 또는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어서 주식 투자 열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통한다.

지난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0조 77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며 2020년 10월 7일의 47조 7330억원 이후 최저치다. 23일 기준으로는 51조 5260억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9월 말의 68조 3463억원보다 24.6%가 줄었다. 

또한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을 봐도 증시에 대한 열기가 식었음을 느낄 수 있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28조 589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순매수 금액인 75조 745억원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줄어든 수치다.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종목들이 폭락한 것도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긴 원인이다. 지난 23일 기준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 톱5를 보면 1위가 삼성전자(18조 166억원)였고, 이어 네이버(2조 4240억원), 카카오(1조 9240억원), SK하이닉스(1조 6390억원), 삼성전기(1조 1380억원)의 순이었다. 

투자 결과는 악몽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 금액의 80%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30%가까이 빠졌다. 6만전자가 무너진 삼성전자는 현재 5만전자도 위태롭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역시 30%가 넘게 하락했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40% 넘게 추락했다. 

이에 신한금융투자는 “전 세계 긴축 공포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위험 회피가 크게 작용했다.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모든 주체들이 소극적 태도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으며 상승장을 주도한 개인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며 “금리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주식 비중의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자 투자자금은 위험자산을 피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의 예·적금과 채권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이 증가했다. 지난 22일 기준 총 785조 9268억원으로 지난달 말의 768조 5434억원에서 17조 3834억원이 증가했다. 은행들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경쟁적으로 더욱 다양한 고금리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또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길이 채권으로 향하고 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채권 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장외채권시장에서 13조 4027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한해 총 4조 5675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산 채권은 회사채로 올해에만 5조 7779억원을 사들였다. 

증권사들 역시 다양한 채권 상품을 기획하고, 편의성을 높이며 채권 투자 문턱을 낮추고 있다. KB증권은 “정기예금보다 1%포인트 이상의 금리 매력이 개인 투자자들을 채권시장으로 모으고 있다”며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소화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증시를 달궜던 동학개미운동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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