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위 만기연장·상환유예 5번째 연장 결정
한계기업 부실리크스 누적돼 은행에 돌아올 것
"은행별 취약 차주 프로그램 유명무실해져"
금융당국이 이달 말 종료가 예정됐던 141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이달 말 종료가 예정됐던 141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 말 종료가 예정됐던 141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로 했다. 이는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경제·금융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충분한 위기대응시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각 은행의 금융지원프로그램 등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아쉬운 목소리와 함께 “부실 리스크가 누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全)금융권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하고 있는 차주에게 최대 3년간의 만기연장, 최대 1년간의 상환유예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 '대출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에 대한 상환유예 제도'를 시행해왔다. 코로나 피해가 장기화되면서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돼 총 2년 6개월 동안 운영됐으며, 6월 말 기준으로 57만여 명(141조원)의 차주가 만기 연장 등의 조치를 이용하고 있다. 애초 9월 말을 마지막으로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이어짐에 따라 대거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한 차례 더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결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이 충분한 여유기간을 가지고, 정상영업 회복에 전념하여 상환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계속된 연장 조치에 한계기업의 부실 리스크와 금융사의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여건으로 경제상황에 따라 연장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은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9월 종료를 앞두고 다양한 금융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대책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은행과 정부 지원 등을 통한 분산 효과를 기대했으나 이번 결정으로 은행별 취약 차주 지원 프로그램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금융당국의 만기연장 조치가 이어지면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사례도 분명 있을 것이다"며 "언제까지 금융권이 이러한 부실을 책임져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9월 이후로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는 기조가 확실해 보였는데 최근 경기 침체가 워낙 심각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다만 이번 조치가 언제 종료될 것이냐가 문제인데, 현재로서는 한계기업의 부실의 이연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은행이 취약 차주의 연착륙을 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모두 내놨는데 고객 부담 최소화 방안 효과가 희석되지 않느냐는 염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차주에 충분한 위기대응 시간을 부여하면서도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충분히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정부와 금융권이 7월부터 만기연장·상환유예 협의체를 통해 방안 설계 시부터 긴밀한 협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했다"며 "시장기능에 따라 정상작동이 가능한 만기연장조치는 상환유예조치와 달리 금융권이 자율적인 협약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형식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상환유예 중인 차주에 대해서는 단순한 유예기간 연장뿐 아니라 유예기간 종료 이후 상환계획을 미리 마련토록 하고, 상환이 어려운 경우 채무조정을 선택하도록 해 차주의 상황에 따른 금융권의 부실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전의 4차 재연장시와 달리, 부실의 단순 이연이 아닌 근본적 상환능력 회복을 위해 상환유예 지원기간 중 정상영업 회복 이후의 정상상환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토록 했다”며 “정상상환이 어려워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차주에게는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상환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은행권 일부에선 당장 가시적인 부담은 분명할 수 있지만,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통해 당장의 부실을 막고 부실 회생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한계기업이 선별이 없이 자울협약에 맞기다 보니, 추후에 은행권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금융권이 자율적 협약을 하도록 함에 따라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에 대한 폭탄을 은근히 은행권으로 돌린 셈이다. 따라서 은행의 입장에선 ‘깜깜이 부실’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부담을 껴안게 됐다. 

C은행 관계자는 "대출의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연장되는 것은 분명 은행권에는 잠재적인 리스크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경제적으로 대내외 환경이 좋은 않은 상황에서 부실이 한번에 오는 것보다, 이러한 부정적 상황이 개선된 후 오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부실이 회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만기연장·유예상환이 재연장되면서 한계기업이 베일에 가려져 있어, 추후에 은행권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은행별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 모니터링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는 물론 차후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에 대한 부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금융권의 누적 만기 연장·상환 유예 지원 규모는 총 36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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