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세 물량 늘어나는데 전세 수요자는 줄어
새 세입자 찾기 어려우니 기존 계약 갱신 노력
보증금 인상은커녕 인하 등 세입자 눈치 보기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1. 서울 양천구 아파트에서 전세로 사는 A씨는 최근 계약 만료를 몇 달을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계약을 갱신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전세보증금도 높이지 않을 테니 어서 빨리 계약서에 도장만 찍자는 조건이었다. 

#2.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를 전세로 내줬던 B씨는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안 할까 봐 걱정이다. 그는 해당 아파트와 더불어 서울 내 빌라를 포함 주택 몇 채를 갭투자로 마련해 수중에 현금이 없는 처지. 보증금을 내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낮추더라도 어떻게든 계약을 갱신하겠다는 생각이다. 

전세시장에서 집주인이 '갑'이고 세입자가 '을'인 시대가 사라지고 있다. 전세물량은 늘고 있는데 들어오겠다는 임차인은 없으니 집주인은 세가 안 나갈까 노심초사다. 때문에 나가겠다는 기존 세입자 바짓가랑이를 붙잡더라도 계약을 갱신해야 할 판이다.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월세 수요는 늘고 전세 수요는 점점 줄고 있다. 이로 인해 전셋값 하락이 이어지며 되려 전세 물량은 늘고 있다.   

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3.3으로 지난달 108.9보다 15.7포인트 급락했다. 강남과 강북은 각각 92.5, 94.1을 기록해 서울 모든 지역이 100 미만을 기록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역시 전월 대비 12.2포인트 하락한 91.3을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치 100 이하면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이처럼 집주인들은 세입자 찾기가 어렵다보니 어떻게든 기존 임대인 지키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계약 종료 6개월 전보다 앞선 시기에 계약을 갱신하자면서 보증금을 낮추거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없이 계약하기도 한다. 세입자가 다른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아예 계약을 안한다고 할까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집주인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 하향 속에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금리 인상과 공급 확대 등으로 역전세난이 눈에 띄고 있다"며 "금리 인상 충격으로 매매 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일어나고 주거 이동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전세 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당분간 전세도 현재 약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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