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팀 똑같이 4경기 뛰는 방식 눈길... 연맹의 세심한 배려
136명 출전 선수들 열정으로 화답
[천안=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큰 상금도 없었다. 어마어마한 혜택도 없었다. 그러나 풋살에 진심인 그녀들은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함께 경기를 뛰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다.
1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K리그 여자 풋살대회 퀸컵(K-WIN CUP)이 2일 성료했다. K리그 퀸컵은 여자 아마추어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2010년부터 2020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을 제외하고 매년 개최돼왔던 대회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성적과 관계없이 모든 팀이 똑같이 4경기를 뛰는 방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그 뒤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 본지와 만난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선수들이 왔다. 어떻게 하면 이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하루 원 없이 신나게 뛰고 웃으며 돌아갈 수 있도록 대진표를 짰다”고 설명했다.
우승 상금의 개념도 없앴다. 우승팀과 준우승팀에는 스포츠용품을 지급했고, 출전한 12개 팀 모두에 소정의 회식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상금은 내걸지 않은 것이다. 연맹 관계자는 “승패에 연연하는 것은 잠시 내려놓는 그림을 그렸다. 상금이 걸리면 아무래도 과열이 되는 양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분위기는 원하지 않았다”며 “경쟁은 ‘보는’ 프로리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직접 뛰는’ 이번 퀸컵은 화합의 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연맹의 배려에 136명의 출전 선수들은 남다른 열정을 보이며 화답했다. 그라운드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은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승리를 향한 열망이 아닌, 풋살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가족 단위로 응원을 온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잔디밭을 거닐며 경기 중인 엄마를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치열한 대회장보다는 가을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의 소풍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경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이후에는 팀별로 모여 기념사진을 찍기 바빴다. 추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표정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연맹의 바람대로 승자와 패자의 경계선이 사라진 듯 보였다.
대회에 나선 김현선(25·수원 삼성) 씨는 “퀸컵은 ‘행복’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승자도 패자도 모두 동등한 경기 수를 가질 수 있었다.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모두가 행복하게 경기를 뛰고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또 유미월(45·성남FC) 씨는 “두 경기에서 지더라도 탈락하지 않는 점이 너무 좋았다. 아마추어 축구를 하는 여성들은 1~2경기를 한 뒤에 바로 집에 가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번 퀸컵에서는 여러 팀과 맞붙으며 배워갈 수 있었던 점이 정말 좋았다”고 웃었다.
대회는 수원 삼성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A조 1위(2승)에 오른 수원은 1위 조 토너먼트에서 안산 그리너스를 1-0으로 꺾고, 1위 조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대전하나시티즌과 치열한 승부 끝에 1-0 승리를 거뒀다. 수원은 대회 내내 막강한 면모를 보였다. 4경기에서 8득점을 기록했으며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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