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임서아] 병신년(丙申年)은 재계에는 힘든 한 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 따른 대기업의 매출 감소는 물론 수천 명을 길거리를 내몰았던 구조조정과 대규모 노조 파업 등으로 인해 산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국내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경영에 차질을 빚어지면서 한국경제가 더욱 나락으로 떨어졌다.

▲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G5’ 실패…삼성·LG 큰 타격

올해 전자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스마트폰 기업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큰 실패를 맞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공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발화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결국 ‘단종’을 결정했다.

갤럭시노트7은 최고의 스마트폰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던 제품이다. 출시 초반 엄청난 속도로 제품이 팔려나갔고 10월 단종 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430만대가 판매됐다. 단종 이후 삼성전자는 430만대 전량 회수에 나섰고 손실은 약 7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이끄는 LG전자도 올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참패를 당했다. 지난 3월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모듈 방식의 스마트폰 ‘G5’를 출시했지만 물량과 기술의 미흡한 준비로 인해 올해 누적 적자만 1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부의 인력을 감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롯데그룹 대규모 검찰수사…총수일가 줄줄이 소환

올해 가장 논란에 중심에 섰던 유통 기업은 바로 롯데그룹이다. 유통기업 1위로 꼽히는 롯데그룹은 6월부터 대규모 압수수색이 진행돼 총수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롯데그룹 검찰수사에는 200여 명의 수사관이 동원됐고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임직원이 500여 명에 달했다.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았던 롯데그룹은 132일 만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3부자의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했다. 다만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백화점·면세점과 관련해 총 32억 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이 적발한 롯데그룹의 비리 액수만 3,755억 원이다. 이 가운데 오너가의 횡령성 이득액은 1,462억 원에 달한다. 탈세액까지 포함하면 5,456억이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를 겪으며 호텔롯데 상장은 물론 대규모 인수합병까지 무산되면서 경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 ‘수주절벽’ 조선업계, 강도 높은 구조조정

조선업계는 올해 산업 가운데 가장 최악의 사태를 겪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사실상 발주가 끊겨 극심한 수주 부진이라는 위기를 정통으로 맞았다. 과거 무리하게 수주했던 해양플랜트의 막대한 손실 탓이 가장 컸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결정, 수천 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했다. 3사를 비롯해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도 매각하면서 몸집을 줄여나갔다. 하지만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펴낸 ‘신조선 시장의 장기 수요 전망’ 보고서를 보면 수주절벽의 고통이 201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조선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올 12월 6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조사를 위한 ‘1차 청문회’에 총 9명의 재벌총수가 소환됐다./한국스포츠경제

■불황·파업에 먹구름 진 자동차업계

올해 자동차업계는 각종 신차 출시에도 불과하고 내수 위축, 노조 파업 리스크 등을 겪으며 골머리를 앓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수조 원의 피해액은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2.4% 감소한 180만대로 보인다. 국산차 판매는 올해 전년 대비 1% 하락한 154만2,000대, 수입차 판매는 9.1% 감소한 25만8,000대로 전망했다. 지난해 10.6% 성장했던 내수 시장이 올해 감소세로 돌아선 것.

특히 올해 현대·기아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국내 점유율 60% 아래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현대차 노조는 24회 파업을 통해 14만2,000여대 생산차질과 3조1,000억 원가량 손실을, 기아차는 노조의 23회 파업으로 11만3,000여대와 2조2,000억 원 가량의 피해를 봤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곤혹 치르는 대기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재계를 소용돌이 속으로 넣었다. 국내 굵직한 대기업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출연, 대기업 총수들이 최순실과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올 12월 6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조사를 위한 ‘1차 청문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총 9명의 재벌총수가 소환됐다.

1차 청문회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의 외압과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순실 특검과 청문회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에 삼성그룹 등 몇몇 그룹들은 정기인사뿐만 아니라 내년 사업계획도 수립하지 못하면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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