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 가스 가격상한제 제안 "1MWh당 275유로"
상한선 높다는 국가들에 시장의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충돌'
24일 열릴 에너지 회의서 사안 논의 예정
러, 28일 가스 물량 추가 감축 경고
사진=유럽연합(EU) 홈페이지 
사진=유럽연합(EU) 홈페이지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연합(EU)이 겨울을 앞두고 가스 가격 안정을 위해 칼을 뽑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대한 EU 제재 이후 공급을 중단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EU 회원국들간 의견 충돌이 있어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1월부터 1년간 네덜란드 가스 거래소인 TTF의 선물 가격 상한제 시작 기준을 1메가와트시(MWh)당 275유로(38만원)로 설정하자는 가스 가격상한제를 제안했다. 이에 회원국들은 24일 예정인 에너지 이사회 회의에서 시행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집행위가 내놓은 방안은 TTF의 가스 가격이 1메가와트시당 275유로를 초과한 상황이 2주 동안 지속되고, 동시에 액화천연가스(LNG)의 글로벌 기준의 가격보다 58유로 높은 상황이 10일 동안 지속되는 등의 두 가지 요건 충족 시 275유로의 가스가격상한제가 자동 발효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가격은 최고 325유로까지 올랐고, 현재는 110~120유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집행위 제안 이후 가스가격은 130유로를 웃돌았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집행위의 제안에 이견을 보였다. 앞서 꾸준히 가격 상한제를 지지하던 국가들은 상한선이 높게 설정됐다며 난색을 표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EU가 제시한 수준은 "매우 높다"고 말했고, 이탈리아 에너지 장관은 "제안된 상한선이 너무 높게 설정됐다. 이런 추측은 위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역시 "이게 선택 사항이라면 우리는 올바른 길을 가지 않는 것"이라며 "가격 상한제는 가격 인하가 아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리스는 150~200유로의 상한선을 원한다고 아테네 통신은 보도했다. 

특히 벨기에와 폴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과도한 가격을 방지하기 위한 실행 계획이 없다면 이번 회의에서 다른 에너지 조치를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시장에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유럽에너지거래소협회(Europex)는 '이번 가격상한제가 유럽 에너지 시장의 재정적 안정과 공급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집행위에 보냈다. 이들은 "거래상대방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여기에 유틸리티가 LNG 공급 유치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독일과 네덜란드와 스웨덴, 핀란드 등의 기류가 달라졌다. 이들은 가스 가격상한제가 공급업체를 다른 곳에서 판매하도록 압박하고,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삭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은 최근 '시장분석 선행'을 전제로 상한선 반대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집행위는 글로벌 LNG 가격을 추적하면 공급업체가 유럽에 계속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원국들에 설명했다. 또한 한도가 활성화되면 의무적인 가스 절약이 EU에 적용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는 회원국들이 지금까지 자발적인 가스 소비 삭감에만 동의한 점을 감안할 때 EU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위 EU 외교관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가스 가격상한제는) 매우 위험한 시도가 될 것"이라며 "에너지 저축과 혼합으로 더 많은 재생 에너지가 위기에 대한 주요하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법제화하기 위해 EU 회원국들은 집행위의 제안을 승인해야지만, 현재 견해가 분분한 상황에서 에너지 장관들이 24일 회의에서 세부 사항을 합의 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로인텔리전스 컨설팅 회사는 "집행위가 제안한 상한선의 기준은 사용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즉, 실제로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주장한 만큼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이번 24일 회의에 관심이 쏠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연합뉴스

한편 러시아는 가격상한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러시아는 가격 상한제의 동참국에 원유 수출을 하지 않겠다고 거듭 위협했고,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몰도바로 수송되는 가스 물량을 28일부터 추가 감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라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