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론 머스크, 윤석열 대통령 면담서 “최우선 후보지 고려”
LG엔솔·삼성SDI·SK온 등 배터리 공급망 여건 유리
강성 노조·높은 인건비 등은 부정적 요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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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생산기지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일론 머스크 CEO는 “한국을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 부품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기지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청취하고 한국의 자동차 산업 생태계와 투자 여건을 설명, 투자를 요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함께 동남아 지역 국가들이 주요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후보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일론 머스크 CEO의 이번 발언이 실제 한국 기가팩토리 설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아시아 지역 생산기지 추가 가능성은 크다.

현재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독일 베를린, 중국 상하이 등 4개 기가팩토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2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연간 2000만대 생산을 계획 중이다.

앞서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9월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산 2000만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생산기지 다변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기가팩토리가 최소한 10~12곳은 돼야 하고 공장마다 150만~200만대는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글로벌 배터리 업계를 비롯해 전기차 관련 부품 공급망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안정적 생산 여건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내수 시장의 테슬라에 대한 구매 수요도 높아 아시아 지역 허브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지난해 테슬라는 국내에서 2000만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수입 전기차 브랜드로는 1위에 자리하고 있다.

테슬라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2170 규격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이 공급하고 있다. 한국 기가팩토리 건립 시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배터리 기업이자 테슬라의 협력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파트너십이 한층 공고해 질 수 있다.

또한 삼성SDI가 4680 규격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테슬라 협력사로 진입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지름 46㎜와 높이 80㎜의 4680 규격 배터리는 테슬라가 2020년부터 채택했으며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 배터리보다 용량을 5배, 출력을 6배 올린 고용량 배터리로 생산 비용이 기존 제품 대비 14% 낮다.

삼성SDI는 최근 천안공장에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조립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하고 장비를 발주, 이르면 내년 1분기 라인이 구축되고 상반기 중에 가동될 전망이다. 46㎜ 지금은 확정됐고 높이는 테슬라 규격인 80㎜와 120㎜ 등 다양한 선택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테슬라 공장이 국내에 세워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조의 파업 등 경영 리스크가 커 기가팩토리 유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무노조 원칙을 고수해온 테슬라가 이 같은 국내 여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이미 국내 지자체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 경쟁을 시작했다. 24일 경기 고양특례시는 테슬라 기가팩토리를 고양경제자유구역과 연계해 유치한다는 계획을 경기도와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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