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모두 생산중단
리스크는 개발사가 떠안아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퀀텀 점프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인 셀트리온 ‘렉키로나’,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의 생산이 중단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도전했던 국내 기업들이 모두 무릎을 꿇으면서 K-제약바이오의 R&D(연구개발)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정부에 따르면 28일부터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개발한 단가 백신의 3·4차 접종 신규 사전예약이 종료된다. 이미 예약된 사전예약분과 당일접종은 유지되지만 오는 12월17일부터는 접종도 전면 중단된다.

오미크론 BA.5가 여전히 국내에서 우세한 만큼 2가 백신 활용을 위한 조치다. 기존 단가백신은 모두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은 초기 우한주 바이러스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폐기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질병관리청은 스카이코비원 백신 1000만회분에 대해 선구매 계약을 맺었고, 지난 9월 초도물량 61만회분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개량백신 도입 시기와 맞물리면서 전체 접종자 수는 2000여명 수준에 머물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스카이코비원 완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우리나라 국민 87%가 기초접종(1·2차)을 완료해 정부의 추가 주문이 없었고, 해외에선 아직 품목허가가 나지 않는 등 수요가 저조했다. 다만 회사 측은 원액은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완제로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역시 지난 2월 공급이 중단됐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능이 떨어져 더는 일선 현장에서 처방하지 않아서다.

이밖에 신풍제약 등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하겠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대부분 두 손을 들었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동제약 역시 순수 국내 기술이 아닌 일본의 신약 후보물질을 우리나라에서 임상·제조·생산·판매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트리온 외에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진심인 기업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이슈를 이용해 주가 띄우기로 오너와 회사의 배만 불렸을 뿐, 이 때문에 시장의 신뢰는 바닥을 찍어 사실상 투기 종목을 전락했다”고 일갈했다.

반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미국 화이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으로만 400억 달러(약 53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모더나는 180억 달러(약 24조원), 중국 시노백은 190억 달러(약 25조원)을 기록했다.

또한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올 2분기 매출은 81억 달러(약 11조5465억원)를 기록했고, 3분기 전망치는 약 80억 달러(약 11조4040억원)다. 올해 전체 매출은 220억 달러(약 31조36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머크의 ‘라게브리오’는 최대 55억 달러(약 7조원)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서 신약·백신을 개발해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기업이 모두 감수해야만 하는 시스템도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한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나 감염병 사태 때 제약바이오 육성을 약속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며 잊어버리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결과적으로 렉키로나와 스카이코비원으로 발생한 손실은 기업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팬데믹이 발생한다면 어떤 기업이 나서겠나”라며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치료제·백신 주권은 영원히 갖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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