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황희찬 결승골 도움
벤투호, 극적인 16강행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1-1로 맞서던 후반 46분. 이기지 못하면 조 최하위 탈락이 확정되는 절체절명의 순간.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역습 기회를 맞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전과 번리전에서 보여줬던 폭풍질주가 떠올랐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스피드로 포르투갈 수비진에 잡히고 말았다. 그대로 찬스가 무산되는 듯했다. 그런데 그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중앙 쇄도하던 황희찬(26·울버햄턴 원더러스)에게 공이 연결됐고, 황희찬이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 한방으로 벤투호는 '도하의 기적'을 쓰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울보' 손흥민은 또다시 펑펑 울었다. 그리고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가 끝나고 벤투호가 16강행을 확정 짓자 더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이 짊어진 짐이 너무나도 무거웠기에,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마음대로 경기가 안 풀렸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과 기적적인 성과를 이뤘기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솔직히 이번 대회 들어 손흥민은 기대에 못 미쳤다. 안와골절 부상 후유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특유의 스피드를 살리지 못했다. 훈련 부족과 부상 의식, 그리고 상대의 철저한 견제까지 더해져 EPL 득점왕의 위력을 전혀 떨치지 못했다. 우루과이전과 가나전에 그가 기록한 유효슈팅은 '제로'였다.
포르투갈과 경기에서도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손흥민답지' 못했다. 포르투갈 수비수들의 협력 수비에 고전했다. 측면으로 자주 몰려 공간을 효과적으로 확보하지 못했고, 1-1 돌파도 자주 막혔다. 세트 피스 공격에서 킥도 대체로 정확하지 않았다. 스피드, 정확도, 경기 장악력 모두 부상 전과 비교하면 정상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온 기회에 월드클래스를 증명했다. 스피드로 상대 수비진을 제압하기 어려웠지만 환상적인 패스로 황희찬의 골을 도왔다. 수비수 3명을 자신에게 붙인 뒤 다리 사이로 절묘한 패스를 넣어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현재 컨디션에서 가능한 최고의 장면을 만들었다.
축구팬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부상 후 기적적인 회복력으로 복귀한 손흥민의 폼이 떨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몸이 무거워져 공격력이 크게 하락했지만 벤투호가 치른 3경기에 모두 나서 풀타임을 소화한 캡틴 손흥민. 최악의 컨디션과 주위의 비판 속에서도 손흥민의 월드클래스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kkamano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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