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2022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호가 2022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22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값진 은퇴 선물을 받았다. 프로야구 40년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은퇴 시즌에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고, 역대 최고령 수상 기록까지 세웠다.

이대호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그는 유효표 313표 중 292(득표율 93.3%)를 받아 SSG 랜더스 추신수(14표),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5표)를 제치고 지명타자 부문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

개인 통산 7번째 수상이다. 이대호는 2006년과 2007년에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2010년 3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품었다. 2011년, 2017년에는 다시 1루수 부문 수상자가 됐고, 2018년과 올해는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이대호는 은퇴 시즌에 황금장갑을 받은 최초의 선수로 기록됐다. KBO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를 소화했던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7년 황금장갑을 끼진 못했다.

역대 최고령 수상자 기록을 새로 썼다. 40세 5개월 18일로 종전 최고령 수상자 이승엽(39세 3개월 20일)의 기록을 약 1년 2개월 늘렸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는 은퇴 시즌에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1(540타수 179안타), 23홈런, 101타점, OPS 0.881로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선보였다.

이대호는 “골든글러브 받고 은퇴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라는 이름을 달고 참석하는 마지막 시상식이어서 마음이 좀 그렇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지금까지 함께한 코치님들, 감독님들, 선수들, 프런트 모두에게 감사하다. 롯데 선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과분한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안 울려고 했는데 40이 넘으니까 눈물이 난다. 아내와 장인, 장모님에게도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정후. /연합뉴스
이정후. /연합뉴스

외야수 황금장갑을 품은 이정후는 5년 연속 수상해 고(故) 장효조(1983~1987년)와 최다 연속 수상 타이 기록을 세웠다. 올해 타격 5관왕(타율-타점-안타-출루율-장타율)에 오른 이정후는 최다 득표(304표ㆍ득표율 97.1%)의 주인공이 됐다. 각종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싹쓸이 한 데 이어 황금장갑까지 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정후는 "지금 TV로 보고 계실 어머니와 항상 동기부여가 되는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며 "올 시즌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넘어졌지만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성범(KIA)과 호세 피렐라(삼성)도 이정후와 함께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나성범은 2014~2015년에 이어 3번째 수상이고, 피렐라는 KBO리그 데뷔 후 첫 수상이다.

최정(SSG 랜더스)과 양의지(두산 베어스)는 각각 3루수와 포수 부문 최다 수상 타이 기록을 작성했다.

최정은 개인 통산 8번째(2011~2013, 2016~2017, 2019, 2021) 3루수 황금장갑을 손에 넣어 이 부문 최다 수상자인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상식에 오는게 타석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떨린다”라고 말한 최정은 “올해 이 상은 너무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SSG팬분들 덕분이다. 너무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우승으로 보답해드리겠다"라고 전했다.

양의지는 황금 장갑을 1개 더 추가해 김동수(전 히어로즈)의 포수 부문 최다 수상 기록(7회)과 타이를 이뤘다. 그는 지난 2014∼2016년, 2018∼2020년 등 총 6차례 포수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2021년에는 지명타자로 골든글러브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양의지는 “오랜만에 팬분들과 함께 이 자리에서 상을 받아서 가슴이 벅차다.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상인 것 같다”며 "창원에서 4년 동안 지내면서 많은 도움과 사랑을 받았다.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은혜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정과 양의지는 한대화(전 쌍방울 레이더스), 양준혁(전 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통산 최다 수상 공동 2위에도 올랐다. KBO 골든글러브 역대 최다 수상은 기록은 이승엽 감독이 보유 기록한 '10번'이다.

2루수 황금장갑 수상자 김혜성은 새 역사를 썼다. 2021시즌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받은 그는 개인 최초 유격수-2루수 부문 황금장갑 수상자가 됐다.

투수 안우진과 유격수 오지환은 데뷔 후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올해 평균자책점(2.11)과 투구 이닝(196), 탈삼진(224) 1위에 오른 안우진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김광현(SSG)을 제치고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뽑혔다. 토종 투수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건 2017년 양현종 이후 5년 만이다.

공수겸장 유격수 오지환은 2009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유격수 황금 장갑을 품었다. LG 소속 유격수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건 1999년 류지현 전 LG 감독 이후 23년 만이다.

1루수 골든글러브는 박병호에게 돌아갔다. 올해 홈런왕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한 그는 2012~2014년, 2018~2019년에 이어 통산 6번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역대 1루수 부문 최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7차례(1997~2003년)를 받은 이승엽 감독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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