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세사기 가담 공인중개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전세금, 집값 90% 이하여야 보증보험 가입 가능
“90%도 높아…갭 투자, 깡통전세 원천봉쇄해야”
서울의 한 빌라촌./ 연합뉴스
서울의 한 빌라촌./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최근 전세사기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금 더 강제력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일 경찰청에 따르면 6개월 동안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통해 총 618건의 전세사기에 연루된 1941명을 검거하고 168명을 구속했다.

전세사기꾼들의 수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가짜 임대인을 통해 전세 대출금을 빼돌린 허위 보증‧보험(1073명, 55.3%)으로 전세사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무자본 갭투자(14.6%)와 △공인중개사법 위반(12.8%) △깡통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1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무자본 갭투자는 시세 100%까지 가입 가능한 ‘전세금 반환 보증 제도’를 악용해 시세를 부풀려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사기수법이다. 현행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은 선순위 채권과 임대 보증금액의 합이 주택가격의 100%까지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경찰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의 보증금을 가로챈 283명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 중 절반은 2030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부동산 거래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개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안전한 거래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거나 전세사기에 가담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번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 총 검거 인원 1941명 중 보조원을 포함한 중개사가 19.2%에 달했다. 전세사기꾼들은 분양업자, 중개인과 수익을 나누고 바지 임대인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로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보증금을 가로챘다.

경찰 수사 결과 지난해 피해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1조 2000억원으로 드러났다. 이 중 경찰이 수사해 검찰로 넘긴 사건의 피해 금액은 2300억원이 넘는다. 1인당 피해 금액이 1억 원대였으며 주택별로는 빌라가 가장 많았기에 전세사기 피해는 서민층에게 집중됐다.

◆ 정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 발표

서민들의 전세사기 피해가 막심해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높이고, 공인중개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 가능한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낮춘다. 이를 통해 예비 세입자들에게는 경각심을 심어주며 집주인들은 최소한 매매가의 10%는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매입하도록 했다.

또 공인중개사가 전세 사기 방지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넓히되 전세사기에 가담할 시 자격 취소 등 처벌도 강화한다. 중개인이 임대인에게 세금‧이자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전입세대 열람 요청 시 임대인은 이러한 정보를 의무제공하도록 중개사법을 개정한다.

또 중개사는 계약 시 전세가율‧전세보증 상품 등에 대해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징역형 선고 시에만 중개사 자격이 취소되지만 이제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해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만 선고돼도 자격을 취소한다.

이 외에도 예비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 전 악성임대인 여부, 시세정보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안심전세’ 어플도 운영한다.

◆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 실효성 있나

다만 정부의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일각에서는 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세사기라는 범죄가 개입돼 있고 뿌리 뽑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갭 투자를 원천봉쇄해 깡통전세 예방과 세입자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심 의원은 정부의 전세가율 10% 규제와 관련해 “자기 돈이 10%만 넘으면 갭 투자를 해도 된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며 “여기에 보증금 이외의 선순위 채권평가를 고려하면 임대인은 10% 보다 더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되며 이런 조건이라면 빌라왕은 계속 나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보증금을 받지 못하거나 늦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100%면 집값과 전세값이 크게 차이나도 위험하지 않다 생각하고 막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세가율을 90%로 하향한다했지만 이 또한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모두 보증해준다 하더라도 세입자에게는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국가가 부담 져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이전에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개사는 임차인에게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 등을 작성해 나눠줄 의무가 있다. 거기에 해당 주택에 빚이 있는지, 압류가 들어가 있는지 등을 확인시켜 줄 수 있도록 법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의무를 부과했으니 손해배상 책임도 당연히 따라 부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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