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메리츠증권·HDC현산·LG이노텍 등 7개사 30% 이상 비정규직
“정규직의 비정규화는 좋은 선택지 될 수 없어”
메리츠증권(왼쪽부터)-HDC현산-LG이노텍. /연합뉴스·각사 제공
메리츠증권(왼쪽부터)-HDC현산-LG이노텍. /연합뉴스·각사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탄생한 지 언 2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불평등 문제는 여전하다. 비정규직 고용률이 제로인 기업이 있는 반면, 30%가 넘는 기업들도 상당수 확인됐다. 비정규직은 업종별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증권업계는 더 높은 성과금을 받기 위해 오히려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있고, 일용직 고용률이 높은 건설업계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경제 불황으로 고용 한파가 닥칠 경우 비정규직부터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높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ESG행복경제연구소의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업종별 ESG 통계자료(2021년 기준)에 따르면, 비정규직 고용률은 전체 평균 6.95%로 나타났다. 이 중 비정규직 고용률이 높은 상위 1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건설사와 증권사에서 비정규직 채용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경우 62.4%로 비정규직 고용률 0%인 13개사(한국가스공사, KB금융, 이마트, 현대백화점, SK바이오팜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비정규직 고용률 상위 10개사 가운데 건설·조선 업계가 4곳으로 가장 많은 점이 눈에 띈다. 이어 은행·증권·카드가 3곳이 뒤를 이었다. 전기전자, 제약바이오, 물류에서 각각 1곳씩 조사됐다.

◆ 메리츠증권 비정규직 고용율, 200대 기업 중 가장 높아… 같은 업계 기업은행은 1.4%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 비정규직 고용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메리츠증권(62.4%)이었다. 같은 업계로 분류되는 키움증권(33.0%), NH투자증권(27.9%), 미래에셋증권(18.9%), 카카오뱅크(13.3%), 삼성카드(13.1%), 삼성증권(7.6%) 등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게다가 은행·증권·카드 7개 기업은 200대 기업 평균(6.95%)과 비교했을 때도 비정규직 고용률이 높았다. 기업은행만 유일하게 1.4%로 평균보다 낮았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직원 수는 2021년 기준 1468명으로 이 가운데 922명이 기간제·단기 근로자로 나타났다. 546명만 정규직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메리츠증권 직원의 평균 연봉(1억9030만원)이 8개사 중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그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인한 금리 인상과 거래대금 감소라는 악재에서도 지난해 3분기 전 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며 당기순이익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2018년 1분기부터 19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 기록이다.

‘성과주의’가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922명의 직원들은 구조조정 한파가 들이닥칠 경우 언제든 짐을 싸서 나가야 한다. 물론 증권가 인력들은 정규직보다 계약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인센티브 체계가 정규직과 달라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수명이 짧은 이 업계에서는 계약직으로 몸값을 키워 이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평균 근속 연수가 2018년 5.6년, 2019년 6.1년, 2020년 6.3년에서 2021년 6.7년으로 꾸준히 길어지고 있지만 8개사 중 6위에 그친 점을 감안 할 때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내보내려고 한다면)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해고할 수 있다. 자르는 게 아니라면 고과에서 반영할 수도 있다. 일종에 '눈치껏 알아서 나가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그런데도 업계의 특수성 탓에 직원들이 단기계약이나 기간제로 근무하는 형태를 원한다"고 전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1.4%로 업계에서 비정규직 고용률이 가장 낮았다. 2018년 파견·용역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력 관리 자회사인 ‘IBK 서비스’를 설립한 바 있다. 당시 IBK서비스를 통해 기존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2000여명(경비·시설·미화·사무보조·조리)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다만, 직원 평균 연봉(8607만원)이 메리츠증권(1억9030만원)과 두 배 넘게 차이가 날 정도로 낮았다.

◆ 건설·조선, 비정규직 고용률 4곳으로 최다… 코로나19·부동산 침체 등 영향

지난해 광주에서 아파트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은 45.6%로 전체 2위에 자리했다. 이는 전년 대비 6.7%p(포인트) 늘었다. 같은 건설·조선업계인 HD현대(0%), 동화기업(1.4%), 삼성중공업(1.4%), 현대미포조선(1.7%), 대우조선해양(2%)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지난해 정규직은 905명으로 2020년보다 66명 줄었지만, 비정규직은 760명으로 140명 늘었다. 사내 비정규직 비율은 45.6%로 같은 업계 12곳 중 유일하게 40%를 넘었다.

HDC현대산업개발에 이어 현대건설(33.5%), 대우건설(32.0%), GS건설(27.4%)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 직원이 늘어난 주된 이유는 단연 코로나19 사태라는 게 지배적이다. 국내외 경영 악화로 신규채용을 줄이고 그 자리를 대신해 비정규직으로 채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풀렸음에도 개선될 여지가 없단 점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 미분양 우려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무리한 입찰경쟁을 피하고 알짜배기 단지만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A 건설사 한 관계자는 “’역대급’ 경제 한파로 인해 거의 대부분 건설사가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만 해도 입지만 좋다면 너도나도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단독 입찰 분위기고 굳이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 자금 조달도 어렵고 미분양 사례도 늘고 리스크를 피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기준 지난해 건설업계의 8월 비정규직 근로자는 815만600명으로 2021년 같은 달보다 9만 명 늘었다. 한시적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가 각각 17만7000명, 17만5000명 늘고 비전형 근로자는 건설업 일용 근로자를 중심으로 14만7000명 줄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59만9000원으로 벌어져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할 사람과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사람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회문제를 ESG 경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는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표=송혜숙 기자
표=송혜숙 기자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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