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최지훈.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SSG 랜더스 최지훈.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승부치기는 다음달 개막하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는 승부치기 규정이 크게 바뀌었다. 6년 전 열린 4회 대회 때와 큰 틀은 같지만, 개시 이닝이 연장 11회에서 연장 10회로 1이닝 앞당겨졌다. 주자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처럼 1, 2루가 아닌 2루에만 둔다.

이강철(57·KT 위즈) 감독이 이끄는 WBC 한국 대표팀은 승부치기 변수에 철저히 대비한다. 15일(이하한국 시각) 부터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열리는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주루 플레이, 작전 등 승부치기를 대비한 '스몰볼'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국제대회에는) 좋은 투수가 나오니까 승부치기도 예상해야 한다. 주자 1, 2루가 아닌 무사 2루 1명으로 바뀌니 그것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내야 수비의 핵심인 ‘빅리거 키스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어깨가 무겁다. 승부치기 때 주자가 1, 2루에 있다면 병살타를 노릴 수도 있지만, 2루에만 있다면 수비 위치 등 많은 것이 달라진다.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투수가 땅볼을 유도했을 때 내야수들이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김하성-에드먼 키스톤 콤비의 수비 호흡이 중요하다. 이 감독은 "번트 수비도 무사 1, 2루와 무사 2루 때 다르다. 수비 코치와 이야기하며 준비하고 있다. 에드먼과 김하성이 잘해야 한다. 상대 타순에 따라 대비하는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LG 트윈스 박해민(오른쪽). /연합뉴스
LG 트윈스 박해민(오른쪽). /연합뉴스

승부치기 변수는 대표팀 엔트리 구성에도 영향을 줬다. 큰 경기는 결국 수비, 주루 등 세밀한 부분에서 승부가 갈린다. 이번 대회에선 연장 승부치기 규정이 적용돼 대주자와 대수비 요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이 감독은 승부치기 상황도 염두에 두고 포수를 최소 인원인 2명만 선발했다. 대신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 박해민(33·LG 트윈스) 등 대주자, 대수비 요원을 엔트리에 넣었다. 그는 "연장전 승부치기까지 생각하고 있다. 여러 상황에 대비하면서 작전을 구상할 것이다. 박해민 등 야구 센스가 있는 선수들을 뽑은 이유다"라며 "대주자, 대타 등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면 적극적으로 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지만(32·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대체 선수로 최지훈(26·SSG 랜더스)을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WBC 조직위원회인 WBCI(World Baseball Classic Inc)가 KBO에 최지만이 WBC에 출전할 수 없다고 전달해 왔다”면서 “조범현(63) 대표팀 기술위원장과 기술위원회, 이 감독은 WBCI의 최종 판단에 따라 최지훈을 대체 선수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애초 오재일(37·삼성 라이온즈), 채은성(33·한화 이글스) 등 1루수 자원이 대체 선수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기술위와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단기전에선 대주자, 대수비로 활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 더 필요하다고 봤고, 빠른 발과 작전 수행 능력,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최지훈을 낙점했다.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6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대회에선 연장 10회부터 승부치기 규정이 적용되니까 경기 후반 대주자, 대수비로 활용할 수 있는 최지훈을 선발했다”며 “최지훈은 예전부터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종 30인 명단을 정할 때, 대표팀 코치진에서 뽑히지 못해 가장 아쉬워했던 선수가 최지훈이다. 승부치기 등 경기 후반 돌발 상황에 대주자·대수비로 기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1루수를 더 뽑는 것보다 활용 폭이 넓은 선수를 선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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