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1월 흡연 시범 허용됐지만 혐연권 침해로 2달 만에 중단
사단신교대 20곳 중 10곳 흡연...해군·공군교육사령부 훈련병은 전면 금연
육군 장병들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육군 장병들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대한민국 육군 최대 규모의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가 다시 전면 금연 체제로 복귀했다.  

9일 육군은 "육군훈련소는 지난해 1월 말 '흡연권 보장' 차원으로 훈련병의 흡연을 허용했다가 비(非)흡연자의 혐연권 침해를 막지 못해 두 달 만인 그해 3월 초 흡연 시범 허용 조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육군훈련소는 1995년 2월 전면 금연 정책을 채택한 후 27년간 유지했다. 1990년대 당시 국민건강법 제정에 따라 금연구역이 설정되는 등 사회적으로 흡연 규제가 본격화돼 육군훈련소도 신병 교육 기간(통상 5주)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기본권 차원에서 흡연권을 보장해달라는 민원과 금단 현상을 호소하는 훈련병들이 늘자 지난해 최초로 훈련병들의 흡연을 시범 허용했다. 

당시 일부 인권단체가 '흡연 규제는 지나친 인권 침해'라며 육군훈련소의 흡연 시범 허용 조치에 손을 들어주기도 했지만, 대한금연학회를 비롯한 금연 관련 시민단체들은 '30여 년간 이어진 금연정책 역사를 훼손했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금연학회 측은 "논산 육군훈련소의 훈련병 대상 시범적 흡연 허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2019년 기준 병사의 흡연율은 39%로, 같은 연령대인 만 19~29세 일반 국민의 37.8%보다 높은 만큼 오히려 더욱 적극적인 금연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흡연하던 훈련병이 입소 후 겪게 되는 니코틴 금단 증상은 흡연 허용이 아니라 체계적인 금연지원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며 "훈련병 흡연 허용은 비흡연 훈련병의 간접흡연 노출 위험을 증가시키고 흡연 시작을 부추길 수 있다. 흡연자의 옷, 손, 머리카락에 묻은 담배 연기 속 독성물질이 비흡연자의 건강에도 해를 입힐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군은 훈련병 인권 향상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흡연을 하지 않는 훈련병들의 피해는 막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흡연권에 우선하는 혐연권이 보장되려면 별도 흡연구역 등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 논산훈련소에는 그러한 시설이 구비되지 않아 금연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육군 PX에 진열된 담배. /연합뉴스
육군 PX에 진열된 담배. /연합뉴스

결국 육군훈련소의 흡연 허용 조치는 시기상조였다. 장병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당장 흡연권 보장에 나섰지만, 단계적인 금연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지 못했고 흡연시설 미흡 등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훈련병들이 역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지우지 못했다. 

현재 금연 지침이 있는 육군훈련소와 달리 육군의 사단급 예하 신병교육대 20여 곳 가운데 10곳은 훈련병도 흡연할 수 있다. 반면 해군교육사령부와 공군교육사령부는 훈련병에게 흡연을 허용하지 않는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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