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테네시주(州)서 올해 1월부터 벤틀리법 시행…그외 주에서 입법 절차 진행 중
국내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대상 피해 보상 정책 외 전무…지원대상 협소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 유자녀 관한 실태조사조차 없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송기헌 민주당 의원 한국판 벤틀리법 발의
음주운전 단속 모습. /연합뉴스
음주운전 단속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여야가 음주운전으로 부모 사망 시 유자녀의 양육비를 지원하는 한국판 ‘벤틀리법’을 나란히 발의하자 국내 도입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법안 통과 시 사고 피해 가정의 보상이 개선되고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 자녀 양육비 지원…美 20여개주 입법 절차 진행

벤틀리법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을 때 가해자가 그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올해 1월 1일 미국 테네시주(州)에서 시행됐으며 음주운전 피해자 자녀가 18세에 이르는 시점까지 양육비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 법은 지난 2021년 4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아들 내외와 손주를 잃은 할머니의 입법 운동으로 시작됐다. 사고로 남겨진 5세와 3세의 손주를 키우고 있는 세실리아 윌리엄스는 가해자에게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일명 벤틀리법 제정을 청원했다. 벤틀리는 남겨진 5세 손주의 이름이다.

테네시주의 벤틀리법은 지난해 1월 발의돼 다음 달 만장일치로 하원을 통과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했고 입법 과정에서 지난 2019년 뺑소니 음주운전자에 의해 사망한 테네시주 경찰관의 두 자녀 ‘이든과 헤일리’를 법률에 반영해 ‘이든, 헤일리 그리고 벤틀리법’이 탄생했다.

미국 내에서도 벤틀리법에 관해 관심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의 20여개주 이상에서 벤틀리법의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통적으로 음주 또는 약물 운전으로 교통사고 사망사고를 일으킨 가해자가 피해자 유자녀에 양육비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육비의 지급 기한 설정에 있어 주마다 차이점이 있다. 대부분 유자녀 나이가 18세 또는 고등학교 학력을 마칠 때까지이지만 일리노이와 루이지애나, 미주리주는 양육비 지급 연령을 21세까지 규정하고 있다. 하와이주는 전일제 교육을 받는 경우 23세까지 지급하도록 했다.

◆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대상 피해 보상 외 전무…여아, 모두 필요성 ‘공감’

국내에도 벤틀리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현행법에 따라 자동차 사고 피해 가족 지원 사업이 있지만 지원 대상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증 후유장애를 입은 사람의 18세 미만의 자녀에 대한 지원 제도가 있다. 유자녀에게 △분기별 장학금 지급 △월 25만원 무이자 생활자금대출 △최대 월 7만원의 자립지원금 매칭 등이다. 다만 자녀와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생활 형편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인 경우에만 지원 대상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에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 유자녀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8년 조사한 ‘교통사고 유자녀 및 보호자 실태 조사’를 통해 추측이 가능하다.

조사에 따르면 교통사고 유자녀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교통사고 이전 219만9000원에서 사고 후 1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보험회사가 지급한 위자료는 평균 8037만원으로 33.4개월 이내에 전액 소비됐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유자녀의 경제 상황 조사는 아니지만 이들의 생활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야 모두 한국판 벤틀리법을 추진 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안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제1항의 죄(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치사상)를 배상명령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배상 범위에 일실수입을 포함해 법원이 배상명령 시 미성년 유자녀에 대한 경제적 필요·자원·생활 수준 등을 적극 고려하도록 했다.

앞서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지난 17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송 의원안은 가해자가 현행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음주운전으로 미성년 자녀의 부모를 사망하게 한 경우 양육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채무자 범위를 확대했다.

송기헌 의원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인한 피해 가정의 경제적 문제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나 보험사가 지급하는 위자료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이번 개정안이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범위를 확대해 피해자 유자녀의 경제권을 두텁게 보호하고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수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