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에이스이자 흔들림 없는 리더
통합우승 바라보는 흥국생명
흥국생명 김연경이 포효하고 있다. /KOVO 제공
흥국생명 김연경이 포효하고 있다.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배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가 24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여자부에선 ‘배구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의 통산 5번째 수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 시즌 6위(10승 23패·승점 31)에 그쳤던 팀을 한 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27승 9패·승점 82)으로 이끌었으며 개인 기록과 흥행 기여 측면에서도 남달랐다는 점에서 그의 수상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 에이스이자 흔들림 없는 리더

김연경의 활약을 촘촘히 들여다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그는 공격종합 성공률(45.76%)과 시간차 성공률(61.29%)에서 1위에 올랐고 퀵오픈 성공률 2위(46.26%), 오픈 성공률 4위(40.96%), 득점 5위(669점), 리시브 효율 8위(46.80%), 세트당 평균 디그(3.713개)와 수비(5.527개) 10위 등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며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견인했다.

에이스이자 흔들림 없는 리더였다. 배구 관계자들의 평가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정철(63) SBS 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프로 스포츠 종목을 불문하고 리그 1위를 달리던 팀에서 사령탑이 교체된 건 보기 힘든 일이었다. 흥국생명은 여러 가지 홍역을 치렀지만 선수들이 똘똘 뭉치고 버텨냈다”며 “김연경은 스타성을 지니고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흥국생명은 1월 2일 '구단의 경기 개입' 홍역을 치르며 권순찬(48) 당시 감독을 경질했고, 이후 11경기를 감독대행 체제로 벌였다. 김연경은 ‘맏언니’ 김해란(39)과 함께 팀 분위기를 수습하며 기어이 선두를 꿰찼다. 그러다 지난달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감독 선임 이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며 마침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흥국생명 김연경(왼쪽)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KOVO 제공
흥국생명 김연경(왼쪽)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KOVO 제공

장소연(49) SBS 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김연경을 두고 “코트 안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했고 공수 양면에서 정말 잘해줬다”며 “아본단자 감독과 (페네르바체에서) 4년을 함께 한 사이다. 언어적으로 소통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감독과 선수들이 빠르게 친해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 경기 중 아본단자 감독이 말한 배구 용어를 선수들에게 대신 통역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본단자 감독이 V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을 단축시켜줬다”고 높이 샀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김연경이 위대한 선수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아본단자 감독은 "아주 좋은 와인 같은 선수라 생각한다. 해가 지날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를 더하는 빈티지 와인처럼 김연경은 해가 갈수록 더 성숙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 통합우승 바라보는 흥국생명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과 대결할 가능성이 있는 포스트시즌 진출 팀들은 김연경에 대한 수비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강성형(53) 현대건설 감독은 20일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김연경에 대한 수비 방법으로 “연경이는 성격이 활달해 욱하는 면도 있다. 화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김종민(49)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워낙 출중한 선수다. 신경전을 벌여도 실력 때문에 통하지 않을 것 같다. 김연경이 아닌 다른 선수들을 막는 것으로 하겠다”고 웃었다. 한국도로공사의 미들블로커 배유나(34) 역시 “방법을 잘 모르겠다. 연경 언니를 막기보단 다른 선수들의 약점을 더 파고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공법으로 맞붙어선 승산이 없다는 게 상대 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김연경은 사실상 ‘언터처블(Untouchable)’이다.

김연경(맨 왼쪽)을 비롯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김연경(맨 왼쪽)을 비롯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언터처블’ 김연경이 속한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승점 기록(종전 2018-2019시즌 승점 62)과 최다승 기록(종전 2007-2008시즌 24승 4패)을 모두 가볍게 경신했다. 관중 동원에서도 ‘김연경 효과’를 톡톡히 봤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18차례 홈 경기에서 관중 8만1708명을 동원했다. 평균 관중 수 4539명을 기록했다. 2위(18경기 총 4만8897명·평균 2717명) GS칼텍스를 압도했다. 여자부 전체 평균 관중 수 2500명보다 약 2000명이 더 많으며 남자부 전체 평균 관중 수 1550명보단 무려 3000여명이 더 많다.

한 배구 관계자는 “정규리그 MVP 투표에서 김연경에게 몰표가 쏟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스타전에 이어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석권한다면 가장 완벽한 시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그 입장에선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걱정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연경이 남길 화려한 엔딩 크레딧에 배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