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이 확정된 뒤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이 확정된 뒤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야구 국가대항전인 WBC는 2006년 출범해 2009년부터 4년마다 열렸다. 2017년 4회 대회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최되지 못하다 올해 야구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6년 만에 개최된 WBC는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남겼다.
 
◆ 상향평준화 속 흥행 성공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2006년 WBC를 만들면서 빅리거가 출전하는 야구 국가대항전이 야구 저변을 확대해 ‘야구의 세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대회 출범 17년 만인 올해 그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WBC 참가국 간 기량 차는 지난 대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그간 ‘변방’으로 평가 받던 팀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약체로 꼽혔던 호주(B조·3승 1패)는 조별 라운드에서 한국(B조·2승 2패)을 꺾고 8강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A조에서 2승 2패로 8강에 올랐고, 체코(B조·1승 3패)와 영국(C조·1승 3패)은 역사적인 WBC 본선 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반면 전통의 강호 한국, 도미니카공화국(D조·2승 2패), 대만(A조·2승 2패)은 1라운드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들이 펼쳐지고, 이변이 속출하면서 ‘역대급’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전체 관중은 130만6414명이다. 2017년 4회 대회의 108만6720명보다 20%나 상승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역시 2017년 2만402명에서 2만5275명으로 24%나 증가했다. TV 시청률도 대박을 터뜨렸다. 무려 497만 명이 일본과 미국의 결승전을 TV로 지켜봤다. 역대 WBC 사상 가장 많은 시청 인구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최고 시청률은 일본과 이탈리아전으로 48.7%다. AP통신은 23일(한국 시각) “이번 WBC는 역대 최대인 1억 달러(약 1306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일본 야구팬들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에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야구팬들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에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비상식적인 대회 운영과 빅리그 구단들의 비협조

WBC 조직위원회의 공정성을 무시한 대회 운영은 이번 대회 오점으로 남았다. 이번 WBC는 철저하게 세계 야구의 ‘투 톱’ 미국과 일본 위주로 돌아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국과 일본은 4강에서 만났어야 했다. 하지만 WBC 조직위는 미국 대 일본의 결승전을 유도하기 위해 대회 도중 4강전 대진을 바꿨다. 주최 측은 중계방송 편성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국의 8강 경기 일정을 18일에서 19일로 변경했다. 또 슬그머니 대진표도 변경해 미국의 4강 상대를 일본이 아닌 쿠바로 교체했다. 조직위의 바람대로 미국과 일본이 결승전에서 맞붙어 명승부를 연출했으나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WBC 조직위는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운영으로 스스로 대회 권위를 깎았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여전했다. 코리안 빅리거 최지만(32)은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비시즌 받은 팔꿈치 수술을 이유로 출전을 허락하지 않아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예비 명단에 포함된 50명 가운데 18명이 MLB 소속 구단의 차출 거부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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