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2035년 이산화탄소 배출 자동차의 단계적 폐지를 승인했다. 내연기관차 퇴출을 본격화한 것이다. 다만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예외로 하자는 독일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완전한 내연기관차 폐지를 외친 EU가 한반 물러선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EU 회원국의 에너지 장관들은 2035년 새로운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폴란드는 반대했고, 이탈리아·불가리아·루마니아는 기권했다. 

이번 법안은 2035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하는 것을 골자로, 2030년부터는 2021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승용차는 55%, 승합차는 50%를 감축해야 한다. 다만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예외 조항이 포함됐다. 

현재 합성연료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곳은 독일의 포르쉐다. 지난해 12월 합성연료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전기차 배터리로 인해 자동차 중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합성연료 차량 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다. 

법안 승인을 앞두고 포르쉐가 소속된 폭스바겐 그룹은 스포츠카와 같은 소량 모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합성연료를 사용한 내연기관차가 유용한 부가 상품이 될 것으로 본다"며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합성연료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에 공헌한다. 제조업체와 소비자에게 명확한 관점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특히 포르쉐911과 같은 모델에 생명줄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독일의 자동차 로비 그룹 VDA도 이날 성명에서 "이제 우리는 대규모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합성연료 생산을 가능케 해야 한다. 이는 광범위한 전략적 결정으로만 일어난다"며 EU와 안정적인 에너지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 승인 후 독일 교통부 장관 폴커 비싱은 "이 협정이 기후 중립적이고 저렴한 이동성을 향한 중요한 옵션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포드를 포함한 타 완성차업체들은 탈탄소화를 위해 배터리 전기 자동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신차 판매에 대한 법적 허용 방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방안이 거부될 경우, 위원회는 합성연료를 위한 또 다른 절차를 수립할 계획이다. 

법안은 올 가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용에는 합성연료 내연기관차는 휘발유 또는 경유를 주유할 때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EU집행위원회, 유럽의회,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내연기관차 퇴출 관련 법안 시행에 뜻을 모았다. 이때 승인이 가능했으나 독일의 뒤늦은 반대로 약 5개월 간 진전이 없었다. 독일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며,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예외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재생에너지와 공기에서 채집해 만들어진 합성연료도 탄소중립 원료라는 것이다. 

유럽 이사회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EU 행정부는 협상을 진행 중인 다른 거래들에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의 반발에 대해 "현재의 평가에 따르면 전자연료가 널리 사용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걱정했다.  

또한 위원회에서 법안의 만장일치 가결이 어려운 경우, 27개 회원국 중 55%에 해당되는 15개국의 찬성과 이들의 전체 인구가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일 경우 찬성으로 인정된다.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 폴란드 등의 반대가 심해 법안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이사회는 독일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절충안으로 마련했다. 다만 이탈리아가 요구한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예외는 인정되지 않았다. 

한편 EU 에너지 장관들은 러시아산 가스가 부족한 내년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가스 사용을 12개월 동안 15% 억제하는 목표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