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아이스크림 매대./연합뉴스.
지난 27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아이스크림 매대./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식품업계가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기조 속 제품 판매가를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인상 계획 철회가 아닌 ‘보류’라는 점에서 시기를 미뤘을 뿐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롯데웰푸드로 사명 변경을 결정한 롯데제과는 당초 내달 1일로 예정된 빙과류의 편의점 납품가격 인상을 보류하기로 했다. 앞서 롯데제과는 지난 2월부터 순차적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해왔다. 제과 및 빙과류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조정한 바 있다.

다음달부터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었지만 시기를 조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스크류바'·'죠스바'·'옥동자바'·'수박바'·'와일드바디'·'돼지바'·'아맛나' 등 빙과류 가격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리기로 한 바 있다. ‘가나 초콜렛’과 ‘크런키’등도 각각 200원씩 올릴 예정이었다.

롯데제과 측은 이번 가격 인상을 철회하는 것이 아닌 인상 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제과의 가격 인상 보류가 정부의 압박과 함께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으로 인한 비난 여론 등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이 가격 인상을 보류했다. CJ제일제당은 가쓰오우동, 얼큰우동, 찹쌀떡국떡의 가격을 평균 9.5%, 고추장 등 조미료와 장류 6종 가격을 최대 11.6%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당시 CJ제일제당 측은 "원가부담은 여전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논의 끝에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서울 방배동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13개 식품기업 고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CJ제일제당, 농심, 동원F&B, 롯데제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서식품, 삼양식품, 오뚜기, 오리온, 풀무원, 해태제과, SPC 등 13개 주요 식품 제조 업체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이 참석했다.

간담회를 하루 앞둔 27일 풀무원은 생수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생수 출고가를 5% 인상할 예정이었다. 풀무원 관계자는 “내부적인 논의 끝에 가격 인상을 철회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소주 1병 6000원 시대’가 전망되자 주류업체 실태조사에 나서며 압박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소주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가격인상 요인은 존재하나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에 식품 및 주류 제조사는 일단 후퇴한 모양새다. 하지만 지속적인 원부자재 비용 상승과 인건비 등 인상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업체가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인상 시기를 살피는 중으로 보인다”라며 “실제 원부자재 비용이 하락세에 접어든다 해도 이를 적용하는 건 빨라야 올해 하반기다. 지난해 하반기 나타난 원부자재 가격 인상 부담이 올해 상반기 생산되는 제품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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