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선수단. /구단 제공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선수단. /구단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는 ‘만년 하위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한화는 2000년대 후반 모그룹의 부실한 지원으로 암흑기를 맞았고, 2010년대엔 잘못된 투자와 유망주 육성 실패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8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다. 2020~2022시즌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올해마저 최하위에 그치면 2001~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역대 2번째 4년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를 쓴다.

그런 한화가 올봄 달라진 모습으로 ‘꼴찌의 반란’을 예고했다.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방문 경기에서 경기 초반 대량 득점해 14-3으로 크게 이겼다. 팀당 14경기씩 편성한 올해 시범경기에서 비 때문에 치르지 못한 1경기를 빼고 9승 1무 3패를 거둬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히 마지막에 4연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정규시즌 리허설을 마쳤다.

물론 시범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그야말로 ‘시범경기’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2021년에도 시범경기 1위를 했으나 정규리그에선 꼴찌를 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시범경기 성적이 독수리군단의 비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한화의 전력은 2년 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좋아졌다. 5강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체적인 뎁스가 좋아졌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베테랑들의 존재다. 지난해까지 한화 선수단은 젊은 선수 일색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신예급 선수들은 멘털이 흔들려 쉽게 무너졌다. 기복도 심했다.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줄 구심점이 없다 보니 분위기가 침체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내리막을 탔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채은성, 이태양(이상 33), 오선진(34), 이명기(36) 등 노련한 베테랑들이 합류하면서 팀이 단단해졌다. 카를로스 수베로(51) 한화 감독은 "2021시즌에는 선수들이 지금보다 2년 젊었다. 젊고 혈기 왕성했다"며 "그때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규시즌에 들어가 조금 더 연차가 높은 팀들을 만나며 노림수에 당했고, 연패로 이어졌다. 젊으니 빨리 식고 의기소침해지는 팀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금은 베테랑들이 많아졌다. 기존 선수들도 2년 동안 더 성숙해졌다"며 "지난 몇 년간 없었던 베테랑 리더십이 돌아왔다. 포수는 최재훈(34), 내야는 오선진, 외야는 채은성, 이명기, 노수광(33), 선발은 장민재(33), 구원은 정우람(38)과 이태양까지 있다. 각 파트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성장한 선수들도 따라와 준다. 팀이 단단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과거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불렸던 한화 공격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는 시범경기 팀 타율(0.282) 1위, 홈런 공동 2위(9개), 타점 1위(75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6홈런에 그쳤던 노시환(23)이 시범경기에서 홈런 1위(5위)에 오르며 반등을 예고했다. 새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31)도 타율은 0.114에 그쳤으나 안타 4개 중 3개를 홈런으로 장식할 정도로 장타력을 입증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채은성도 타선에 무게감을 더한다. 슈퍼루키 문현빈(19)은 내야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문동주. /구단 제공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문동주. /구단 제공

마운드 뎁스도 두꺼워졌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특급 유망주 문동주(20)가 2년 차를 맞아 한 단계 성장했다. 괴물 루키 김서현(19)은 불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1선발로 점찍고 영입한 버치 스미스(33)는 시범경기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파이어볼러 한승혁(30)과 베테랑 이태양은 전천후 투수로 대기한다.

수베로 감독은 "시범경기 1위에 큰 의미는 없지만, 선수들의 꾸준함이 돋보였다"며 "타자들이 볼에 스윙 하는 것,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많이 못 던지는 것, 수비의 세밀함이 부족했던 것 등 이 3가지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 정규시즌에서도 이렇게 꾸준한 야구를 보여드려 한화 팬들이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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