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면 단행했다가 사흘 만에 전면 철회
의결 과정에서 과도한 자의적 해석
결국 고개 숙여 사과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승부조작하듯 징계 사면을 ‘조작’한 대한축구협회(KFA)를 두고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축구협회는 승부조작 연루 등 각종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가 사흘 만에 전면 철회했다.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사면 결정을 31일 임시 이사회에서 전면 뒤엎은 것이다. 자책골도 이런 자책골이 없다.

축구협회는 당초 사면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자의적 해석을 했다.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 성과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 및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사면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일선 현장’은 정확히 어디이며 ‘충분히 반성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의 규정을 무시하기도 했다.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는 사실상 ‘사면’이라는 게 없다. ‘구제 신청’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구제 신청도 제한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규정 제32조(확정된 징계의 구제 등)에 따르면 공정위가 의결한 징계는 수사기관의 불기소 결정(혐의없음, 죄가 안됨 한정)이 확정됐거나 법원의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만 감경하거나 해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 결국 축구협회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사면은 실질적인 효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임시 이사회 모습. /KFA 제공
지난달 31일 임시 이사회 모습. /KFA 제공

사면을 발표한 시점도 논란이 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우루과이와 평가전에 나서기 정확히 1시간 전인 28일 오후 7시, 축구협회 출입 기자들은 ‘대한축구협회,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이란 내용의 공지 문자를 받았다. 경기 취재를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은 황당해했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발표 시점이 상식적이지 않다.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실제로 축구협회는 사면 관련 중대 발표를 한 뒤 불과 6분 만에 대표팀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사면 보도가 은근 슬쩍 묻히게 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게 축구계 시각이다.

재심의를 위한 이사회엔 재적 이사 29명 중 27명이 참석했다. 이사회는 “생각이 짧았으며 경각심도 부족했다. 잘못된 결정으로 축구인, 팬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죄했다. 정몽규(61) 축구협회장도 입장문을 내고 ”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 축구팬, 국민 여러분에게 이번 일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자책골을 넣었으면 만회골을 넣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하는 법. 정몽규 회장님, 만회골 기대하겠습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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