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임서아]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일제히 시무식을 열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시무식 분위기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어느 해보다 차분하게 진행됐다. 

특검 수사와 조기 대선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내년 경제환경이 맞물리면서 재계의 올해 목표는 '위기돌파', '변화와 혁신', '미래먹거리 강화' 등에 맞춰졌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재계 총수들은 올 한해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 상황이란 점을 분명히하고 다양한 대응책 마련을 통해 생존역량을 강화하는데 경영의 방점을 두고 있다.  

▲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진행, 새해 경영목표와 전략을 발표했다./연합뉴스

우선 삼성그룹은 이날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진행, 새해 경영목표와 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쓰러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신년 하례식을 하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주요 계열사 시무식에서는 돌아가며 참석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가 걸려있는 만큼 이번 시무식 행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금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면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위기를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과감한 투자도 감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성을 강조하는 취지로 올해 계열사별로 대표이사 주재로 시무식을 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현대·기아차의 시무식에 불참했다. 

현대차는 올해 '내실강화'와 '책임경영'을 강조, 대내외 불확실한 환경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몽구 회장은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차는 새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역대 최대치인 825만대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목표였던 813만대보다 12만대 늘어난 수치다. 

SK그룹 역시 올해 '변화와 혁신'에 중점을 둔 경영전략을 세웠다. 최태원 회장은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시무식에 참석해 "혁신과 패기로 내실있는 변화를 이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SK는 지난해 연말 주요 계열사의 경영자를 대거 교체하는 대규모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SK그룹 확대경영회의'를 소집, 각 계열사에 "변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SK는 올해 반도체를 비롯해 에너지, 통신,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하는 SK의 성장 전략은 더욱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사장단, 주요 임원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시무식을 열었다. 올해가 창립 70주년이지만 3월 창립기념일에도 별도 창립기념 행사를 갖지 않을 예정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남이 생각하지 못한 길 개척한다는 각오로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고 위기를 넘어 영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혁신을 주문했다. 

LG의 올해 사업 구조 고도화 속도를 높이고 환경 변화에 앞서 갈수 있도록 경영 시스템을 혁신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LG는 변화에 뒤쳐지거나 경쟁력 회복이 어려운 사업들은 근본적으로 사업 방식을 바꿔야 치열한 경제 상황 속에서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지다.

롯데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롯데는 성장을 위해서는 '변화'와 '미래사업' 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외부의 지적과 비판을 경청하고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를 얻었다"며 "질적 경영을 통하여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는 올해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가상현실(VR) 등 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트렌드를 철저히 대비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한다. 

또한 롯데는 올해 정책본부를 축소 재편한다. 이에 따라 롯데는 각 계열사의 현장 중심 책임경영을 더욱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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