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터' 강동원 인터뷰.

[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강동원은 ‘신비주의’ 이미지를 벗어 던진 지 오래다. 어느 새 팬들에게 ‘소동원’으로 불릴 만큼 다작 배우로 활약 중이다. 2016년에도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마스터’까지 쉴 틈 없는 영화 개봉과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영화 홍보만 하다가 1년이 다 갔다”고 투덜대면서도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밝았다.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관객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일 터다.

-‘마스터’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상당했다.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뭔가 진한 범죄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은 아쉬울 수도 있고, 묵직한 내용을 싫어하는 분들은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평도 많이 갈리겠지만, 대체적으로 관객이 좋아할 상업영화다. ‘마스터’는 잘 되겠다 확신했다.”

-가장 먼저 출연을 결정했는데.

“한 번도 형사 역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또 내가 연기한 김재명은 기존 한국영화 형사보다 쿨해서 마음에 들었다. 범인을 때리고 욕을 하는 한국형 형사 캐릭터와는 많이 달랐다. 굉장히 정의롭지 않은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뭔가를 챙기려 들지도 않고.”

-정의로운 김재명 역을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나.

“그렇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표정에서 많이 티가 난 것 같다(웃음). 영화 엔딩을 찍을 때 그렇게 웃고 있었다고 하더라.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도 ‘그만 좀 웃어’라고 말했다. 엔딩을 찍으면서 ‘그래, 이거지! 이래야 관객이 좋아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관객도 보고 싶은 장면이 아닌가. 통쾌하고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꼽자면.

“내가 맡은 김재명 캐릭터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역할이었다. 규모가 큰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김재명 역 자체가 감정 표현을 거의 안 하는 딱딱한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액션신이 많으니 최대한 재미를 주기 위해 실감나게 촬영하려고 했다. 대부분의 싸움신이 실제로 치고 박는 장면이었다.”

-정의로운 김재명 캐릭터와 많이 닮았나.

“나도 부당한 것에 타협을 안 하는 편이다. 성격은 좀 비슷한 것 같다. 만약 경찰이었다면 나 역시 끝까지 했을 것 같다. 좌천이 되더라도 끝까지 싸웠을 것 같다. 성격 자체가 집요한 스타일이라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들과 많이 부딪히기도 했다.”

-이병헌과 대립구도였는데 실제 호흡은 어땠나.

“선배가 개그 욕심이 참 많아 재미있게 촬영했다. 그에 비해 영화 촬영이 짧게 끝나서 아쉽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고 난 뒤 ‘마스터’ 단체 채팅방에 짓궂은 말씀도 많이 하셨다. 다들 ‘아재 개그’라고 놀리기도 했다. 실제로도 개그코드는 나와 많이 다르다. 내가 더 웃긴 것 같다.”

-김우빈과 콤비로 활약했다.

“(김)우빈이가 참 준비를 많이 해왔다. 소품까지 준비해올 정도였다. 우빈이가 왜 이렇게 인기 있는지 작품으로 만나보니 알겠더라. 목소리도 좋고, 신체적으로도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성이 참 좋다. 예의가 참 발라서 내가 다 불편할 정도였다(웃음). 술자리에서도 내가 물을 마시려고 일어나면, 부리나케 달려가서 물을 가져왔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러더라.”

-그래서 김우빈에게 호칭을 ‘형’으로 하라고 한 건가.

“우빈이를 편하게 해주려고 먼저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그랬더니 깍듯하게 ‘그러면 선배님을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묻길래 ‘마음대로 부르세요’라고 응수했다. 우빈이는 참 각이 잡힌 친구다. 착하기도 하고.”

-이병헌, 김우빈과 공통된 관심사가 있었나.

“정말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난 야구를 좋아하는데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다. 우빈이는 오로지 헬스만 좋아했고, 병헌 선배도 헬스와 수영을 좋아한다고 했다. 유일한 관심사는 음주였던 것 같다(웃음). 같이 가끔 위스키도 마시면서 친해졌다. 우빈이도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는데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남자 셋이 모인 촬영장이라 칙칙하지 않았나.

“특히 필리핀 촬영장이 그랬다. 우빈이와 배정남 등이 몰려다니는 신이 많지 않았나. 그러면서 많이 친해지기도 했다. 채팅방에 장난도 많이 쳤다. 우빈이가 이상한 농담을 하면 ‘알겠습니다. 정우빈씨’라고 성을 바꿔 놀리기도 했다. 남자들만 있으니 운동과 먹는 것 밖에 할 게 없었다. 정말 칙칙했다(웃음).”

-필리핀에서 건강이 안 좋았다던데.

“가자마자 든 생각이 ‘이렇게 더운 곳에서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나?’였다. 필리핀은 아침부터 우리나라 한낮 더위의 기온이다. 왜 동남아 사람들이 쉬엄쉬엄 일하는지 이해가 됐다. 필리핀에서 한 달 정도 촬영했는데 내내 몸이 안 좋았다. 식중독이 와서 몸무게가 3~4kg 빠졌다. 마지막 한 주 3~4일 정도 쉬면서 그 때 그나마 건강을 회복했다.”

-2016년 개봉작만 세 편이었는데 만족하나.

“‘의형제’ ‘카멜리아’ ‘초능력자’ 이후 세 편이 연달아 개봉하게 됐다. 사실 ‘마스터’가 올해 개봉할 영화는 아니었는데 앞당겨져서 정말 만족한다. 그동안 여러 가지 도전을 하면서 또 다른 숙제도 얻었다. 나름대로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기도 하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얻었다. 늘 작품을 끝내면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성량이 큰 편이 아니라 고민이 많았는데 꾸준히 노력하니 성량이 커졌다.”

-‘마스터’는 전작 ‘가려진 시간’과 다른 성향의 영화다.

“‘가려진 시간’은 영화 자체가 비상업적인 요소가 있었다. 반면 ‘마스터’는 철저히 상업영화다. 매번 비상업적인 영화를 하는 것도 싫고, 상업영화만 추구하는 것도 싫다. 작품을 고를 때 전략을 짜는 편은 아니지만, 겹치는 장르나 캐릭터는 웬만하면 피하려고 한다. 만약 ‘마스터’에서 김우빈의 박장군 역할로 제안이 왔으면 안 했을 것이다. ‘검사외전’ 캐릭터와 겹치니까.”

-‘가려진 시간’ 스코어가 아쉽지 않았나.

“모든 작품이 다 잘 될 순 없지 않나. 오히려 이번이 굉장히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엄태화 감독과 술을 마셨다. 감독은 칼을 갈고 있더라. 나야 흥행에 실패한 작품들이 있으니 단련이 돼 있는데 신은수와 감독은 많이 힘들어했다. 졸지에 내가 위로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웃음). 그래도 최선을 다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아쉬움은 없다. 적은 예산으로 만든 데 비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고, 나 역시 배우로서 최선을 다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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