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살처분 ‘3000만마리 vs 100만마리’, 초기 대응도 대책도 탁상공론에 불과
▲ 4일 오후 서울 광장시장에서 한 상인이 계란 등을 이용해 전을 부치고 있다.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로 품귀 현상을 빚는 계란 가격이 닭고기보다 비싸지면서 설을 앞두고 서민 생활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송남석] 닭의 해, 새해 벽두부터 계란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렇지 않아도 사상 최악의 ‘최순실 사태’가 몰고 온 국정 마비사태와 경기침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껄끄러운 문제가 급부상한 것이다. 이번에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식탁’과 ‘물가’라는 생활경제 쪽이다.

정부는 어제부터 계란과 계란가공품 수입에 대한 관세율을 0%로 낮추는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휩쓸면서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자 내놓은 계란값 안정화 대책이다. 수입 계란이 버젓이 우리 밥상에 오르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됐다. 수입 물량도 신선란·계란액·계란가루 등 9개 품목 9만8000t에 달할 전망이다.

“그까짓 계란, 비싸고 부족하면 안 먹으면 되지”라고 쉽게 폄하할 일만은 아니다. 이번 계란파동은 가정의 식탁과 동네식당을 넘어 식품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일부 식품가공회사들은 제품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나머지 업체들의 도미노 식 가격 인상도 현재진행형이다. 계란 파동이 소비자나 영세상인을 떠나 물가불안이란 경제 사회 전반에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는 타이밍을 놓친 정부의 초동방역 실패가 결정적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살처분 된 가금류는 국내 전체 사육규모의 20% 수준인 3000만마리를 넘는다. 산란계는 더 심각해서 사육규모의 32.1%가 살처분 됐다. 그러는 사이 계란값은 2배 이상 치솟았다. 현재 판매되는 계란 값이 10알에 2800원을 훌쩍 넘어섰고, 한판(30알)에 8800원이라고 하니 10알 가격이 한판 가격이 된 셈이다. 그나마 물량 부족으로 유통업체들이 한정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3000만마리와 100만마리.’ 한국과 일본의 가금류 살처분 결과이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초기 대응 방식이 만들어낸 차이다. 더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위기대응 매뉴얼 부재 등이 공범이다. 한마디로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는 이처럼 참담했다. 어쩌면 대통령과 정부는 세월호의 비극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AI에서도 똑같이 대응했는지 안타깝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긴급할당관세 적용이라는 대책은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역시 한 발 늦었고,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연중 계란 사용량이 가장 많은 설 명절(27∼30일) 이전 수입란 국내 유통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행정과 검역절차 단축을 통해 설 연휴 전에 수입물량이 풀리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계란 수출국과의 협의나 검역설비 구비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 그 동안 소비자들은 계란 수급난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효과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기재부가 내놓은 ‘2015년 할당관세 부과실적’을 보자. 당시 정부는 41개 할당관세 적용 품목에 2천814억원의 세수를 지원했다. 그중 설탕이나 옥수수 등 9개 품목에 적게는 1%에서 많게는 25%까지 관세인하 혜택을 줬지만 정작 국내 제품 출고가격 인하 효과는 고작 0.28%∼8.88% 불과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이번 대책을 탁상공론에 으로 몰며 고개를 내젓는 이유다.

고작해야 음식점 메뉴 원산지 표기에 삼겹살/네덜란드산, 닭고기/브라질산, 갈치/세네갈산, 주꾸미/태국산, 김치/중국산에 이어 계란이 한 줄 더 차지할 뿐이란 생각은 기우일까?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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