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김영삼 기념 도서관.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 서울 동작구 상도터널 옆에 미완성인 채로 방치된 건물이 있다. 김영삼 기념 도서관이다. 굳게 닫힌 문 안으로는 공사를 하다 만 자재들만 어지럽게 널려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흔적은 어디에서도 없다. 음산한 기운마저 감도는 것이 자칫 지역 흉물화 될 조짐마저 보인다.

 

◆ 지역 흉물로 전락한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관

▲ 건물은 완성됐지만 마무리공사를 진행하지 못해 내부는 공사 자재로 어지럽다. limm@sporbiz.co.kr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슬퍼런 군사독재에도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고, 결국 대통령에 올라 독재자들을 구속시킨 인물이다. 재임 기간 자체가 과도기적 특성을 갖고 있지만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끈 주요 인물이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기념관이 있는 곳은 김 전 대통령이 실제 거주했던 사저 인근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던 지역 주민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이유다.

이 도서관은 2012년 착공해 이듬해인 2013년 개관을 예정했었다. 하지만 공사가 잇따라 지연되면서 일정이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2015년 11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그 뒤로 1년이 훌쩍 지난 아직까지 문은 굳게 잠겨있다.

도서관 건설이 지연된 이유는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김 모씨가 약 40억원을 횡령했기 때문이다. 도서관 공사비용이 총 265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20%에 가까운 돈이다. 김 씨는 작년 7월 횡령 혐의로 입건, 같은 해 11월 검찰에 기소됐다.

현재 도서관은 30억원 정도의 빚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건물 공사가 끝나고 내부 마무리 공사만 남았다. 공사 재개 일정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김영삼 민주센터도 공식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김영삼 민주센터 관계자는 “조만간 이사회가 도서관 개관을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방향을 결정 할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건물은 완성됐지만 마무리공사를 진행하지 못해 내부는 공사 자재로 어지럽다. limm@sporbiz.co.kr

◆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과 극명한 대비

반면,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박정희 기념 사업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는 중에도, 여러 사업이 예산편성을 받는데 성공했다.

박정희 기념사업만 유독 활기를 띠는 이유는 지자체들이 이를 지역 활성화 방안으로 이용하는 영향이 가장 크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중구청이 진행 중인 ‘박정희역사문화공원’이다. 약 300억원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의 공식 명칭은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지하 주차장’. 만약 근대문화재인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을 포함하지 않았다면 단순 개발에 그쳤을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정희 가옥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전문가들로부터 전시에 대한 검증도 받고 있다. 우상화와 관계 없는 근대 문화재다”며 “동화동 공원 사업도 공영 주차장을 개발하면서 인근에 있는 지역 문화재를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중구청은 단순히 지하주차장 개발로 끝날 사업을 이 근대문화재를 포함해 역사문화공원으로 확장해냈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상도동 주민들은 동작구청도 유사한 방법으로 지역을 빛낸 인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위한 사업 진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동작구청은 "현재까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기념 사업을 할 수 있는 예산 자체가 없을뿐더러 문화재 지원 역시 고사찰과 같은 것에 한해 진행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따르면 김영삼 민주센터는 김영삼 기념 도서관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추가 지원 가능 여부는 불투명하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김영삼 민주센터가 안건을 올리면 검토를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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